지구의 날 32돌… 反환경정책 도마위에

  • 입력 2002년 4월 22일 18시 11분


22일은 32돌째 맞는 지구의 날(earth day) . 그러나 지구의 날 을 만든 미국에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교토(京都)의정서에서 탈퇴하는 등 환경정책이 빠른 속도로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구의 날 제정 이후 30여년동안 꾸준히 진전돼 왔던 환경정책이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반환경 정부 ?=지난해 3월 부시 행정부는 교토의정서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치명타를 가했다.

부시 행정부는 대신 올해 2월 '온실가스 자율규제안'을 내놓았다. 이 안에 따르면 미국의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교토의정서 기준치에 비해 36%가량 증가하게 된다.

1월에 발표된 고연비 자동차 개발계획 중지방안도 대표적인 반(反) 환경정책으로 꼽힌다. 자동차 업계의 연비 개선 부담을 덜어줘 결과적으로 연료소비를 촉진하게 만든 것.

지난 달에는 유해폐기물 처리기금(수퍼펀드) 개혁안도 내놓았다. 업계에 물리던 기금 재원을 납세자에게 떠넘겼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또 지난 한해동안 유전 및 가스, 광산 개발을 위해 미국내에서 400만 에이커가 훼손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부시행정부 출범전인 2000년의 260만 에이커에 비해 급격히 는 것.

최근에는 알래스카 국립 야생생물보호구역(ANWR)에 유전개발을 허용하는 법안을 밀어붙이다가 민주당과 환경운동가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 법안이 지난주 상원에서 부결되자 부시대통령은 의회 승인없이 행정명령을 통해 이 지역의 유전 개발을 가능케 했다.

▽에너지업계와 결탁=부시 행정부는 이같은 반 환경정책을 펴면서 경제를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면에는 부시 행정부와 에너지업계와의 검은 유착 이 숨어 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다.

뉴욕타임스는 21일 "정유업계 출신인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행정부내 30여명의 고위 관리들이 에너지업계 간부 또는 로비스트 출신"이라며 "에너지 업계가 이 정권하에서 가장 번창하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에너지업계는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모두 수십억달러의 세금 감면 및 보조금 혜택을 받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비등하는 미국내 비판=환경문제 전문가이기도 한 앨 고어 전 부통령은 21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현 정부의 환경정책은 석유·화학사의 전 현직 임원들에 의해 완전히 장악됐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국제사회의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을 주도해야 할 미국이 오히려 이에 역행하고 있다"며 "부시행정부는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위해 미국의 미래를 팔아먹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자연자원보호협회의 알란 메트릭 대변인도 22일 "부시 대통령은 지구의 날을 자신의 환경 이미지를 포장하기 위한 하루짜리 행사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지구의 날은▼

‘지구의 날’은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앞 바다의 기름 유출 사고를 계기로 위스콘신주의 게이로드 넬슨 상원의원이 처음 주창하고 당시 하버드대 학생이었던 환경운동가 데니스 헤이즈 등이 호응함으로써 시작됐다. 첫 행사는 70년 4월 22일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열렸다. 흔히 ‘근대 환경운동의 시작’이라고도 불린다. 한국에선 90년 처음으로 남산에서 행사가 열렸다. 올해 지구의 날 주제는 ‘우리의 터전 보호하기’. 세계 184개국 5000여개 단체들은 이날 △환경 감시 활동 △차 없는 거리 행사 △나무 심고 잘 가꾸기 등의 캠페인을 벌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