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BC 방송 유럽내 반미감정 상세 보도

  • 입력 2002년 2월 28일 15시 05분


《국제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반미감정에 대해 마침내 미국 언론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미 ABC방송은 27일 ‘해외의 시각’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9·11테러 이후 구축됐던 미국과 국제사회의 연대가 무너지면서 미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요약. “프랑스 파리의 공무원인 크리스티앙 아스티에르(44)는 “미국 역시 ‘악의 축’의 일부”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제 미국과 미국인에게서 다른 나라에 대한 배려나 관용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며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외길로 나아가고 있는 그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그만이 아니다. 9·11테러 이후 유럽 및 다른 지역에서 미국과의 연대가 점차 약해지면서 미 정책과 미국인에 대한 분노가 점차 거세지고 있으며 그동안 외국의 전폭적 지원에 익숙해진 미국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의 도미니크 므와시 부소장은 “9·11테러 이후 미국인들에 대한 동정적인 여론과 감정은 사라졌다”며 “프랑스 언론보도를 보면 미국이야말로 국제사회의 가장 큰 위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벨기에의 신문 드 스탠더드는 최근 “미국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유럽에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반미감정은 우려할 만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샐리 젠킨스는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미국 선수 아폴로 안톤 오노가 금메달을 낚아챈 사건은 국제적인 분노를 일으켰다며 이번 올림픽은 한 마디로 ‘반미 잔치’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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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紙 ‘한국내 반미’ 보도

영국의 가디언지도 올림픽 고위 관계자들이 미국의 ‘징고이즘’(호전적 국수주의)과 경계강화 등을 들어 미국이 앞으로 다시 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는 우려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전쟁 이후 많은 유럽의 정치인은 미국이 그들과 협의 없이 테러와의 전쟁을 이끌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들은 9·11테러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이 더욱 다원적이 될 것을 기대했으나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미국은 이제 다른 나라는 안중에 두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이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 수감 중인 아프간 포로들을 가혹하게 대하는 것도 국제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악의 축’을 언급한 것 역시 국제사회에서 광범위한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직 영국의 의회만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지지를 보냈으나 그곳에서조차 정치인들은 공공연히 부시 대통령의 수사(修辭)에 대해 회의를 표명하고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오늘날 전 세계를 주도하는 미국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이슬람 근본주의가 아니라 바로 미국의 오만”이라고 꼬집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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