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축 이분법논리로는 테러戰 실패”

  • 입력 2002년 2월 25일 17시 48분


미국은 국가의 적을 ‘악’이라는 감정적이고 정치적인 상징언어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같이 비현실적이고 단순한 논리로는 적을 무너뜨리는 데 실패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1950년대 초 공산주의자를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미국 사회를 광기에 몰아넣었던 매카시 선풍과 비교하며 부시 행정부의 이성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은 최근 “악의에 차고 파괴적인 악의 무리가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적에게 무기를 쥐어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컬럼비아대 역사학자 에릭 포너 교수는 이를 미국 정치의 편집광적 행태라고 꼬집었다. 포너 교수는 미국은 전쟁기에 적을 ‘악’으로 몰아세우면서 의견을 달리 하는 사람들을 반역으로 다루려는 잘못을 범해왔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적을 ‘악’으로 규정한 것은 청교도적 사고와 스스로를 자유세계의 수호자이자 희망으로 간주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동맹국들마저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미국은 아무런 역사적 오류도 범하지 않았을뿐더러 더할 바 없이 순결하고 정의롭다는 일방적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이 세계 곳곳에서 심한 반미감정을 불러일으킨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1919년 적색공포에 사로잡혔던 미국은 미첼 파머 당시 법무장관의 집이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폭파되자 6000명에 육박하는 죄 없는 이민자들을 체포했다.

미국 사회는 1950년대 매카시즘으로 인해 광적인 마녀사냥에 휩싸였고 첫 표적은 역시 이민자들이었다. 9·11테러 이후에도 수백명의 중동 이민자들은 아직 영문도 모른 채 구금돼있다.

물론 테러는 분명한 위협이며 미국은 이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러나 자기 중심적 정당성을 부여하기보다 이성적이고 겸허한 자세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 자기 정당성만 주장하게 된다면 언젠가 무엇이 정의이며 진실인지 스스로도 혼돈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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