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역사공동연구기구 불안한 출발

  • 입력 2002년 2월 5일 11시 37분


한국 정부는 곧 발족될 한일 역사공동연구기구의 연구 결과를 일본 역사교과서 집필에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산케이신문이 5일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사관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한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요구를 수용할 경우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형식상 자국의 교과서 검정제도를 부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양측은 연구결과가 어떤 식으로든 교과서 집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명시적으로 약속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다.

역사공동연구기구는 연구 결과의 반영 문제에 대해선 언급 없이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 월드컵 공동 개최를 앞둔 시점에서 양측이 이 문제로 대립을 계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 문제가 해결되면 3월 21일로 예정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방한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이런 식으로 미봉될 경우 언젠가는 양국간 갈등의 불씨로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역사공동연구기구의 발족은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서 비롯된 양국간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한 고이즈미 총리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합의한 사항이다.

역사공동연구기구의 골격과 운영 방법은 거의 합의됐다. 양국이 각각 10명 안팎의 전문가를 위촉해 3, 4개의 분야별 소위원회를 두고 교육인적자원부(일본은 문부성) 외교통상부(외무성) 청와대(총리관저) 등 정부 관계자들로 ‘지원위원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연구기간은 2년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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