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강경발언 진의는]美, 北길들이기 '이젠 행동으로'

  • 입력 2002년 2월 3일 18시 30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연두교서를 통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비난한 뒤에도 연일 대북 강경 발언을 토해내고 있어 도대체 그가 추구하는 대북정책의 실체는 무엇인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한미간 대북 공조에 이상이 없다고 강조해 온 한국 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당혹스러운 표정이지만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일관되게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워싱턴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 지도자에게 회의감을 갖고 있다.…북한과의 대화에서는 철저한 검증이 요구된다. 북한의 미사일 등 대량 살상무기 문제는 현실주의자(realist)의 입장에서 다뤄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또 지난해 6월 대북정책 검토 결과 발표와 함께 북한에 대화를 제의할 때도 △북한 핵 동결에 관한 94년 제네바 합의의 개선 △미사일 문제의 검증 강화 △재래식 군비 축소 등을 대의 의제로 제시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부시 대통령은 취임 이래 시종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위협 제거를 대북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왔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이번 발언은 대테러 전쟁 승리의 여파를 몰아 북한을 더 확실히 압박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점이 다르다면 다르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대테러 전쟁에 대한 새로운 동기와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국가적 긴장과 단합을 유도하는 한편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확보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방한(19일)을 앞둔 다목적용 사전 포석으로 보기도 한다. 부시 대통령이 서울에 가면 수사(修辭)적 차원이든 아니든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원론적으로 지지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미리 자신의 본심을 분명히 하려 했다는 것이다.

한국이 차세대 전투기 기종으로 미 보잉사의 F15를 사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도 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이번 서울 한미 정상회담(20일)에서 한국이 F15를 사주는 대신 미국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하는 ‘빅딜’이 모색될 것이라는 말도 있다.

뉴욕〓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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