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군MD 전격취소…기술결함 인정

  • 입력 2001년 12월 16일 18시 18분


미국 국방부가 14일 육해공군이 각각 추진해 온 미사일방어(MD) 체제 가운데 가장 단기간에 실전 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해군의 미사일방어 프로그램을 기술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전격 취소함에 따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취소〓국방부는 적의 단거리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군함과 항구 등을 보호하기 위해 해군이 90년대 초부터 28억달러를 투입, 추진해 온 해상발사 미사일방어 프로그램이 기술적 문제로 당초 예정보다 개발이 2년 이상 지연되고 있는 데다 개발비용이 50%나 초과해 이를 취소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해군이 이지스급 레이더 장착 구축함을 이용, 추진해 온 이 미사일방어 프로그램은 미사일 요격용 컴퓨터 프로그램이 이지스 레이더와 잘 맞지 않고 적의 미사일과 교란물체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는 문제점 등을 안고 있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해군의 미사일방어 프로그램은 장거리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육군의 지상발사 미사일 방어체제나 보잉 747 개조기를 이용한 공군의 레이저 요격 시스템보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용이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해상발사 미사일방어 체제는 개발비용이 저렴한 반면 군함을 이용하는 데다, 사거리가 1000마일(약 1600㎞)로 짧아 이라크 이란 등 내륙지방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발사직후 추진 단계에서 요격하기 어렵다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해군은 요격 미사일의 사거리를 3000마일(약 4800㎞)로 늘리기 위해 올해 연구비로 4억5700만달러를 책정했었다.

▽전문가와 미 언론의 평가〓워싱턴의 두뇌집단(싱크탱크)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조지프 시린시온 연구원은 “이번 결정은 단순한 미사일방어 프로그램도 개발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전체적인) 미사일방어 체제 추진에 매우 심각한 차질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결정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미사일방어 체제 추진을 위해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을 탈퇴하겠다고 13일 선언한 다음날 이루어져 미 정부의 의도에 관해 갖가지 해석과 평가를 낳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16일자에서 “해군 프로그램의 취소는 부시 행정부의 미사일방어 체제 우선순위에 변화가 있는 것을 시사한다”며 “관리들은 이를 취소하는 대신에 장거리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지상발사 미사일방어 체제 개발에 투자를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전격적인 해군 미사일방어 프로그램 취소 및 13일의 지상발사 미사일방어 체제의 요격 미사일 시험 실패는 부시 행정부의 예정대로 미사일방어 체제가 개발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보도했다.

포스트는 또 “국방부의 발표시점은 부시 행정부가 불필요하게 ABM협정에서 서둘러 탈퇴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며 “부시 행정부는 ABM협정 탈퇴의 주요 이유로 해상발사 미사일 방어체제 시험에 대한 열망을 들었었다”고 지적했다. ABM협정은 해군 함정을 이용한 미사일방어 체제 개발을 금지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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