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ABM협정 탈퇴의미]美 MD구축 ‘독주체제’ 굳히기

  • 입력 2001년 12월 13일 18시 15분


부시 탈퇴 선언
부시 탈퇴 선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3일 오전10시(한국시간 14일 0시) 미국이 ABM협정에서 공식 탈퇴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ABM 탈퇴가 핵무기 경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거나 우려를 표시해 국제 사회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ABM 협정은 다른 시대에 다른 종류의 적에게 해당되는 낡은 협정으로 이를 뛰어넘어야 한다”면서 “‘불량국가들(rogue state)’의 미사일 위협이라는 새로운 위협에 맞서 MD체제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불량국가와 관련해 특정국가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선언 30분전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는 이 같은 내용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공식 통보했다고 미 행정부 관리들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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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ABM 협정 탈퇴를 결정한 것은 한마디로 취임 11개월 동안 줄곧 추진해온 MD 체제 구축 등 ‘21세기 전략구상’을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옛 소련과 체결한 냉전시대의 전략 기본축을 폐기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나아가 21세기 국제질서를 미국 중심의 일극(一極) 체제로 굳히기 위한 전략적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21세기 새로운 전략안보체제 구축을 내걸고 ABM 협정을 대체하는 한편 MD체제 구축을 2대 과제로 추진해왔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은 ABM 협정의 상대자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반대로 타협점을 찾지 못했으나 대 테러 전쟁으로 극적인 반전의 계기를 찾게 됐다.

먼저 부시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자신의 목장으로 불러 대 테러 전쟁에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공조관계의 틀을 다졌다. 여기에 국내에서 고조되고 있는 승전 분위기를 업고 부시 대통령은 ABM 탈퇴를 공식화했다. 러시아로서는 일종의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 3개월을 맞은 11일 연설에서도 “우리는 다른 시대, 다른 적을 상대로 쓰여진 72년 ABM 협정을 반드시 뛰어넘어야 하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제 과거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못박아 이미 이러한 의중을 드러냈다.

부시 행정부는 탈퇴 결정에 앞서 나름대로 치밀한 계산을 했다. 우선 9·11 테러를 테러조직이나 불량국가의 공격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MD 체제 구축의 명분으로 십분 활용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의회가 2002회계연도 국방지출법안을 처리하기를 기다려 ABM 협정 탈퇴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은 법안통과를 볼모로 ABM 협정 탈퇴를 비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부시 대통령이 ABM 탈퇴 결정을 강행한 데에는 군산(軍産)복합체의 로비가 크게 작용했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다. 90년대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군수산업체로서는 천문학적인 군비가 투입되는 MD 체제로의 이행이 그야말로 천금의 기회랄 수 있다.

어쨌든 미국의 ABM 탈퇴결정은 대 테러전쟁으로 가뜩이나 시끄러운 국제사회에 또 다른 소용돌이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윤양섭·김성규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lailai@donga.com

▼ABM, 미사일방어시스템 구축 제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전 소련 서기장이 1972년 5월에 체결, 그 해 10월 3일부터 발효됐다. 1991년 구 소련이 해체된 뒤 벨로루시, 카자흐스탄,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가 그대로 물려받았다.

ABM협정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에 걸림돌이다. 협정 제1조항이 전국적인 MD 체제 구축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 제5조항은 또 공중과 해상, 우주공간, 또는 지상에서 이동이 가능한 미사일 방어시스템의 개발, 실험, 배치를 금지하고 있다. 단 지상의 고정된 방어 기지 한 곳은 구축할 수 있다.

▼MD, 부시추진 미사일방어 체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취임 후 추진해 온 것으로 적의 미사일을 지상, 해상, 공중에서 요격하는 방어전략.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 ‘스타워스’로 불렸던 MD 체제가 기원이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에는 주로 소련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MD는 생화학 또는 핵무기 등 대량살상 무기를 쓸 가능성이 있는 이른바 ‘불량국가’의 소규모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 또 미국은 우방국들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자국 방어를 포함해 우방국까지 방어할 수 있는 전(全) 지구적 방어 체제 구축을 추구하고 있다.

▼START, 전략 핵무기 3단계 감축▼

1982년 시작된 미국과 소련 양국의 전략무기 삭감을 위한 교섭. 이 협정은 적극적인 전략무기 감축 교섭이라는 측면에서 그 이전의 전략무기제한협정(SALT)과 차별된다. 미국과 소련은 1991년 향후 7년에 걸쳐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장거리 핵무기를 각각 30%, 38% 감축하기로 협정을 체결했으며(STARTⅠ), 93년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500기로, 잠수함발사미사일은 1750기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했다(STARTⅡ). 2000년 4월부터는 보유 핵탄두를 2000기 수준으로 줄이는 제3단계 감축 협정 체결을 진행해 왔지만 미국의 MD구축 선언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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