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이후 가족 소중함 깨닫는 미국인]

  • 입력 2001년 11월 16일 18시 49분


타임지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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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세대인 회사원 데브라 골든(51·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은 요즘 일흔이 넘은 노모와 그 어느 때보다 자주 대화를 갖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서로 음성메시지를 남기고 비행기를 이용할 때면 목적지에 닿자마자 “무사히 도착했다”는 내용의 전화를 한다.

“어머니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겪었고 나는 베트남 전쟁에 반대했던 베이비부머 세대죠. 하지만 이번 ‘테러와의 전쟁’은 세대간의 거리감을 좁히고 서로 이해와 공감대를 넓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나 역시 아이들과 더 자주 대화하게 됐어요.”

골든씨는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했던 두 딸과 친척까지 모두 모여 칠면조 구이를 함께 해먹을 계획”이라며 “다음주 목요일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회계사로 일하다 1년 전 뉴욕으로 직장을 옮긴 폴 올트는 이번 추수감사절을 즈음해 아예 로스앤젤레스로 다시 옮겨올 예정이다. 그는 “테러참사를 지켜보면서 그 무엇도 가족보다 소중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부흥기에 태어나 물질과 개인주의를 신봉하면서 성장한 베이비부머 세대들. 9·11 테러 이후 그들의 인생관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필 쉰(43)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60년대 진보운동의 중심이 된 이곳에서 특히 내 또래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미국의 성조기는 일종의 풍자의 대상이었지 요즘처럼 경건함의 상징은 아니었다”며 “미국인들의 시각과 인생관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추수감사절이 이들에게 소중한 것도 바로 이러한 변화 때문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는 ‘추수감사절 2001’이라는 커버스토리를 통해 추수감사절을 맞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모습과 테러참사 이후 달라진 사회 변화상을 소개했다.

◆극장 대신 DVD 선호=11월 넷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이후 미국의 성탄쇼핑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관련업계는 올해는 테러 여파와 잔뜩 위축된 경기 탓으로 연말연시 호황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극장에 가지 않고도 영화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디지털TV 등 ‘가정극장’용 전자제품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 성경 코란 등 종교서적 매출 역시 급증하고 있다. 타임은 미국성경협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 테러참사 이후 미국 내 성경 판매가 42%나 증가했다고 전했다.

타임은 그러나 테러로 인한 사회적 불안감과 공포, 그리고 심리적 공백상태는 섹스 등 일시적인 방법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분출하려는 경향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버지니아주 로어노크시 보건소의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의 수는 미 테러 참사 이후 현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소에 근무하는 데이비드 노바는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기 위해 보건소를 찾는 이들에게 콘돔을 배포하기 시작했다”며 “전쟁 중에는 임산부가 늘어난다는 역사적 사실은 테러와의 전쟁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회원제로 운영하며 자기 짝을 찾아주는 ‘데이트 산업’ 역시 호황을 누리고 있고 서둘러 약혼이나 결혼을 하기 위해 반지 등 예물을 사려는 젊은이들로 보석가게가 붐비고 있다고 타임은 전했다.

<김정안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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