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겪었고 나는 베트남 전쟁에 반대했던 베이비부머 세대죠. 하지만 이번 ‘테러와의 전쟁’은 세대간의 거리감을 좁히고 서로 이해와 공감대를 넓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나 역시 아이들과 더 자주 대화하게 됐어요.”
골든씨는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했던 두 딸과 친척까지 모두 모여 칠면조 구이를 함께 해먹을 계획”이라며 “다음주 목요일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회계사로 일하다 1년 전 뉴욕으로 직장을 옮긴 폴 올트는 이번 추수감사절을 즈음해 아예 로스앤젤레스로 다시 옮겨올 예정이다. 그는 “테러참사를 지켜보면서 그 무엇도 가족보다 소중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부흥기에 태어나 물질과 개인주의를 신봉하면서 성장한 베이비부머 세대들. 9·11 테러 이후 그들의 인생관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필 쉰(43)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60년대 진보운동의 중심이 된 이곳에서 특히 내 또래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미국의 성조기는 일종의 풍자의 대상이었지 요즘처럼 경건함의 상징은 아니었다”며 “미국인들의 시각과 인생관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추수감사절이 이들에게 소중한 것도 바로 이러한 변화 때문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는 ‘추수감사절 2001’이라는 커버스토리를 통해 추수감사절을 맞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모습과 테러참사 이후 달라진 사회 변화상을 소개했다.
◆극장 대신 DVD 선호=11월 넷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이후 미국의 성탄쇼핑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관련업계는 올해는 테러 여파와 잔뜩 위축된 경기 탓으로 연말연시 호황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극장에 가지 않고도 영화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디지털TV 등 ‘가정극장’용 전자제품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 성경 코란 등 종교서적 매출 역시 급증하고 있다. 타임은 미국성경협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 테러참사 이후 미국 내 성경 판매가 42%나 증가했다고 전했다.
타임은 그러나 테러로 인한 사회적 불안감과 공포, 그리고 심리적 공백상태는 섹스 등 일시적인 방법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분출하려는 경향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버지니아주 로어노크시 보건소의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의 수는 미 테러 참사 이후 현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소에 근무하는 데이비드 노바는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기 위해 보건소를 찾는 이들에게 콘돔을 배포하기 시작했다”며 “전쟁 중에는 임산부가 늘어난다는 역사적 사실은 테러와의 전쟁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회원제로 운영하며 자기 짝을 찾아주는 ‘데이트 산업’ 역시 호황을 누리고 있고 서둘러 약혼이나 결혼을 하기 위해 반지 등 예물을 사려는 젊은이들로 보석가게가 붐비고 있다고 타임은 전했다.
<김정안기자>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