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남북대결]개도국 "불균형 시정" 요구

  • 입력 2001년 11월 12일 18시 55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이해(利害) 다툼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른바 ‘남북 대결’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양상이다.

선진국과 개도국들은 뉴라운드가 출범하면 새로 만들어질 무역질서 아래 전개될 총성 없는 무역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이 같은 대결을 벌이고 있다.

선진국들은 뉴라운드 출범을 위한 물밑 협상이 본격 시작된 11일 이후 개도국들을 끌어안기 위해 일부 의제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선진국 중심의 회의 진행에 불만을 품은 개도국들의 반대로 99년 미국 시애틀 각료회의가 실패로 끝났던 악몽을 떨쳐버리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개도국이 선결과제로 내세우는 것은 ‘WTO 협정 이행문제’. 개도국그룹의 리더인 인도를 비롯해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등 강경 개도국들은 “우루과이라운드(UR) 결과 서비스시장을 개방하는 등 의무를 부담했으나 선진국 시장에 대한 접근 등 기대이익이 실현되지 않았다”며 “이 같은 불균형을 먼저 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선진국들은 개도국이 요구한 99개 이행문제 중 48개를 즉시 수용하고 나머지는 각료회의를 마친 후 처리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다만 미국은 섬유관련 일부 내용을 수용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남북대결의 새 이슈로 떠오른 것은 ‘지적재산권과 공중보건’. 인도와 브라질 등 개도국은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등 공중보건을 위한 치료제에 대한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로열티 없이 무단복제(카피)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수백달러에 불과하지만 1년치 에이즈치료제 약값이 1만달러를 넘어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수많은 인명이 죽게 된다며 맞서고 있다. 반면 미국과 스위스 등은 신약개발에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인 만큼 개도국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대신 개도국에 대해 싸게 약을 공급하고 펀드를 만들어 일부 약을 공짜로 주는 방안을 새로 제안했다.

개도국들은 ‘투자 및 경쟁정책’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선진국은 투자와 경쟁 관련 정책이나 제도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개도국은 이는 주권에 해당되는 문제이고 경제개발을 위한 정책 선택에 제약이 될 수 있다며 의제 채택에 반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유럽연합(EU)이 의제 채택을 주장하는 ‘환경’에 대해서도 개도국들은 보호주의적 수입규제조치의 근거로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협상관계자들은 선진국이 개도국의 이해가 큰 이행문제와 공중보건 등을 상당 수준 수용하는 선에서 절충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하(카타르)〓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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