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美 ‘위기관리’ 문제점

  • 입력 2001년 10월 21일 19시 20분


우편물을 통한 탄저균 유포 사건을 계기로 생화학 테러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처 미숙과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가 총체적으로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지가 21일 보도했다. 신문은 플로리다주 아메리칸 미디어사(AM)에서 첫 탄저균 감염환자가 발생한 뒤 연방 및 주정부와 관련 기관들간의 유기적 공조체제, 의사정보 소통, 지휘 분야 등에서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축소 급급… 탄저환자 사망 3일뒤 건물 폐쇄▼

▽플로리다주〓첫 번째 탄저병 환자였던 밥 스티븐스가 사망한 5일에도 주 보건당국은 AM사 건물을 폐쇄할 필요가 없다고 고집을 부렸고, 이로 인해 모든 직원이 사흘이나 더 건물에서 일을 해야 했다.

사태 초기 과학자들은 연쇄 감염의 우려를 제기했으나 관리들은 스티븐스씨의 감염은 우연한 경로를 통해 단독으로 발생한 것이라며 생화학 테러의 가능성은 없다고 부인하기에 급급했다.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주정부와 전문가 집단간의 정보 공유 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FBI 주도권 다툼… NBC 늑장 대처 ▼

▽뉴욕시〓12일 NBC방송국에서 첫 번째 감염자가 나타난 뒤부터 뉴욕시 경찰과 연방수사국(FBI)이 상황 처리의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FBI는 9월25일 문제의 편지 신고를 받고서도 다음날까지 출동하지 않았다. FBI는 또 탄저균 감염 편지의 발견 사실을 뉴욕경찰에 알려주지도 않은 채 건물 전체의 검역만 촉구했다. NBC의 탄저균 감염자 에린 오코너는 이달 12일 자신의 주치의를 통해 감염사실을 확인했을 정도.

NBC 건물에 도착한 생화학 연구진은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한 안전장비인 초강력 배기송풍기를 작동하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

▼의회 결정권자 연락안돼 ‘상원 감염’ 며칠 방치▼

▽워싱턴〓15일 톰 대슐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 사무실에서 탄저균 감염 의혹 편지가 발견된 뒤에도 의원회관 건물 전체의 통풍 시스템이 45분 동안이나 그대로 켜져 있었다. 현장에 처음 도착한 경찰관들은 방역복도 입지 않았다.

대슐 원내총무에게 배달된 편지에서 발견된 탄저균이 공중으로 퍼질 수 있는 고농축 상태였음이 하루만에 확인됐지만 6개의 의원회관과 의사당이 완전히 폐쇄되기까지는 수일이 더 소요됐다.

특히 의사당 폐쇄 문제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슐 원내총무와 트렌트 로트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 등 의회의 주요 인사들간에 연락 체계가 일시적으로 두절됐다.

탄저균 사태에 대한 미 정부의 미숙한 대응
지역특징내용
플로리다관료주의와 정보공유 부재-관리들이 사태축소에만 급급
-과학자들의 연쇄감염 우려 무시
-건물폐쇄 늑장으로 추가 감염 노출
뉴욕늑장대응과 지휘체계 혼선-FBI와 뉴욕경찰간의 지휘권 갈등
-탄저균 감염정보의 독식과 협력 부재
-경찰관과 기술진의 초기대응 실수
워싱턴미숙대응과 연락체계 두절-의원들의 사태 심각성 인식부족
-방역복 미착용 등 기초지식 부족
-의회 결정권자들간의 연락체계 두절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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