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소재 소문만 무성…아프간 탈출설 보도 엇갈려

  • 입력 2001년 9월 21일 18시 40분


‘오사마 빈 라덴을 찾아라.’

미국 정부가 ‘생사 불문 수배령’을 내린 빈 라덴이 이미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는 추측과 보도가 잇따르면서 그의 행방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빈 라덴의 행방에 관해선 많은 보도들이 나오지만 대부분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 일단 빈 라덴이 주거주지인 칸다하르를 떠난 것만은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아프가니스탄 탈출설에 대해선 보도가 엇갈린다.

파키스탄 일간지 더뉴스는 21일 나세룰라 바바르 전 내무장관의 말을 인용해 “빈 라덴이 17일 이미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의 정통한 한 소식통도 “빈 라덴이 탈레반 지도자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에게 출국을 통보하고 떠났으며 이미 아프가니스탄 땅을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빈 라덴은 미국의 공격위협이 커지자 독자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기로 결정했으며 오마르는 마지못해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반면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20일 “빈 라덴이 측근 몇 명을 대동한 채 수도 카불 북쪽 40마일 지점의 산악지대인 바그람으로 피신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21일 탈레반 지도부에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빈 라덴이 아직 아프가니스탄에 있으며 대미(對美) 항전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면 행선지는 어디일까. 파키스탄의 한 고위장교는 “탈레반 정권은 1998년부터 러시아의 체첸 반군들과 접촉, 체첸에 빈 라덴의 탈출에 대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았다”고 말했다. 이라크와 수단도 은신 후보국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이 20일 아프가니스탄 내 테러훈련기지를 미국에 공개하고 즉각 폐쇄할 것을 촉구하면서 빈 라덴 테러캠프의 전모가 드러날 것인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퍼져 있는 그의 테러캠프 중 카불강 인근의 전략요충지 잘랄라바드와 이곳에서 8㎞ 떨어진 다룬다 등 동부 4개주에 있는 캠프는 비교적 실체가 드러나 있으나 나머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인도 수사당국이 최근 미국측에 넘겨준 테러캠프 관련 정보에는 잘랄라바드 외에 아사바바드, 사르카나르, 가즈니, 코스크, 팍티아, 칸다하르 등지의 테러캠프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특히 남부 테러기지의 본거지인 칸다하르, 난가하르, 쿠나르, 파크티아 등에 주목하고 있다. 파키스탄 쿠아이디아잠 대학의 라술 바크시 라이스 교수는 빈 라덴을 체포할 수 있는 방안과 관련해 “탈레반 정권내 핵심 반대세력과 조직원들의 이탈을 유도한 뒤 북부동맹 등 반군세력과 규합해 반정부 소요를 일으키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고 빈 라덴도 체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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