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타깃’으로 떠오르나… 美, 이라크도 배후 지목

  • 입력 2001년 9월 19일 19시 16분


출격준비
미국에 동시다발 테러를 저지른 범행의 배후 세력 가운데 하나로 이라크가 거명되기 시작했다.

미 언론은 18일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에 충돌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에 탑승한 테러 용의자 모하메드 아타(33)가 올해 초 유럽의 모처에서 이라크 정보기관의 고위급 간부와 접촉한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고 전했다. 미 언론은 이 같은 접촉 사실이 이라크가 테러에 연루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도 19일 “이라크는 이번 동시다발 테러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특정국을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여러 국가들’이 이번 테러범들을 어떻게 지원했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밝혀 아프가니스탄 외에 제3국이 이번 테러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에 앞서 제임스 울시 전 CIA국장은 테러의 배후인물 가운데 하나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15일 주장했다. 그는 영국의 더 타임스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수사기관들은 이번 테러가 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 테러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고 있다”며 “93년 사건의 배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람지 유세프는 오사마 빈 라덴을 추종하는 파키스탄인으로 결론 났지만 사실은 그가 신분을 위장했으며 실제로는 압둘 바지트라는 이름의 이라크인이라는 정황 증거들이 잇따라 나왔다”고 공개했다.

울시 전국장은 “당시 연방수사국(FBI)은 이라크를 배후로 의심했으나 빌 클린턴 행정부와 검찰이 사건을 빈 라덴의 소행으로 몰아갔다”며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번 수사 역시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도 테러발생 후 미국의 보복 공격 대상에 자국이 포함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경계하고 있다.

후세인 대통령의 장남 우다이가 발행인인 일간지 바벨은 18일 “우리는 미국의 보복 공격 대상 명단에 우리가 올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주공격 목표라고 공언하고 있는 것은 세계인의 관심을 제3국에 대한 보복 공격 가능성으로부터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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