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잘못 공격땐 反美감정만 고조”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49분


10여년간에 걸친 전쟁 끝에 6만5000명의 사상자만 내고 아프가니스탄에서 퇴각했던 러시아(옛 소련) 참전군인들이 쓰라린 실패의 경험을 토대로 미국이 같은 실패의 전철(前轍)을 밟지 말 것을 충고하고 나섰다.

현재 대다수 러시아인들은 1979년부터 1989년까지 ‘형제 민족에 대한 지원’을 명분으로 옛 소련 지도층이 은밀히 결정한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정치적 패착’으로 결론짓고 있다.

구소련 아프가니스탄 침공 일지

1978년

이슬람 무장 세력, 아프가니스탄 공산 정권에 맞서 투쟁 개시

1979년

구 소련군, 아프가니스탄 침공

1984년

미국 의회, 아프가니스탄 반군에 무기 제공 결정. 유엔, 인권조사단 파견

1988년

제네바 평화협정에 따라 구 소련군 철수 개시

1989년

구 소련군 철수 완료

1992년

아프가니스탄 공산정권 붕괴

아프가니스탄 침공 작전에 참여했던 예브게니 젤료노프 국가두마(하원) 의원은 18일 “옛 소련군의 실패는 아프가니스탄이 난공불락의 요새임을 입증한 것”이라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지상작전은 너무 큰 위험부담이며 평원이 아니기 때문에 화생방 무기 등 사용금지된 무기들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참전 용사인 한 러시아 정부 고위인사는 “아프가니스탄에는 발칸지역과 달리 탈레반을 마비시킬만한 주요한 사회간접시설들이 없다”고 지적하며 공습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미국의 화력은 아프가니스탄의 민간인을 공격하는 데 유용할 뿐,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은 미국의 공습이 미치지 않는 산악지대로 안전하게 피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미국의 무차별 공습 결과 아프가니스탄 민간인들의 피해를 초래할 경우 반미감정만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한다. 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회 블라디미르 코스투시첸코 회장은 “옛 소련이 실패한 것은 아프가니스탄 민간인들의 적대감을 샀기 때문”이라며 “민간인의 희생을 피하면서 테러기지들에 대해 선별적인 지상작전을 펴는 것이 상책”이라고 제안했다.

<두샨베(타지키스탄)〓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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