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테러 실상]구소전 거치며 세 확장 아프간 '테러 본산'

  • 입력 2001년 9월 17일 18시 31분


중동은 동유럽 공산국가의 붕괴로 냉전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세계의 ‘화약고’인 동시에 테러리즘의 ‘온상’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오사마 빈 라덴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으로 대표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끈질기고 과격한 반미 반이스라엘 테러활동은 최근 전 세계 테러리즘에서 중핵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테러의 본산〓올해 4월 공개된 미국 국무부의 ‘세계 테러리즘 유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발생한 테러는 모두 423건으로 99년(392건)보다 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인명피해는 사망 405명, 부상 791명. 99년에는 233명이 숨지고 706명이 다쳤다.

피해 시설사상자
상업건물384외교공관30행정기관17군사시설13기타113군인99공무원51기업인11외교관5민간인1030
총계 557건총계 1196명

이 가운데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114건의 테러가 발생해 300명이 숨졌다는 통계가 보여주듯 중동과 서남아시아는 테러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국무부 보고서는 지난해 빈 라덴을 보호하고 테러리스트 훈련캠프를 폐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엔이 탈레반 정권 제재를 강화한 점을 ‘국제적 협력의 승리’로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개인 테러리스트들과 소규모 테러조직들은 소련과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형성돼 긴밀한 유대관계로 발전했다.

‘아프간 동지(Afghan alumni)’로 불리는 이들은 구 소련이 89년 철수한 뒤부터는 주적(主敵)을 미국으로 바꿔 테러공격을 감행했다.

수많은 테러리스트들이 아프가니스탄에 근거지를 두거나 경유하기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은 ‘테러의 허브(중추)공항’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빈 라덴의 ‘알 카이다’〓라덴은 이 조직을 통해 다른 테러단체에 자금과 훈련을 지원한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알 카이다가 평의회와 3개 위원회(종교, 군사, 자금) 아래 최소한 35개 국가에서 세포조직을 운영하고 다른 테러단체와 접촉 중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알 카이다는 비밀과 보안을 가장 중시해 세포조직 규모가 아주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 계획과 집행을 철저히 분리하므로 다른 세포조직의 구성원을 알지 못하며 조직원이 아닌 단순 동조자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병참 임무를 맡긴다.

세포조직은 서방 정보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몇년간 전혀 활동을 하지 않고 자금모집이나 평화적인 이슬람 선교에 치중하다가 급작스럽게 임무를 부여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미국 항공기를 납치한 테러범 중 일부가 미국에서 4년제 항공대학을 나왔다는 사실은 알 카이다가 목표 달성을 위해 장기적이면서 치밀한 계획을 세웠음을 보여준다.

▽이슬람 테러리즘의 확산 우려〓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근거지를 둔 알 카이다 등 이슬람 테러리즘이 중동은 물론 필리핀, 발칸, 중앙아시아, 중국, 소말리아 등 전 세계로 활동무대를 넓혀가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이 결렬된 뒤 중동에서 반미 반이스라엘 감정이 더욱 강해지자 알 카이다와 헤즈볼라 등 테러단체는 여기에 불을 붙이며 활동공간을 넓히고 있다.

이슬람 테러리즘의 주적은 미국이지만 지난해 미국 영토 안에서는 단 1건의 테러도, 단 1명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심장부에서 5000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11일 테러 공격으로 미국과 이슬람 테러리즘의 대결은 새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은 테러리스트의 요구를 일절 받아들이지 않으며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어 ‘미국의 21세기 첫 전쟁’이 ‘21세기 십자군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워싱턴〓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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