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대참사]배후조종 혐의 빈 라덴은 누구

  • 입력 2001년 9월 13일 18시 28분


‘자살 비행 테러’ 사건의 배후조종자로 유력시되는 오사마 빈 라덴(44). 그는 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범들에게 자금을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진 탓에 이번 테러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그는 이슬람 급진 세력의 정신적 지도자다. 올해 초 쿠웨이트의 한 신문이 아랍국가의 성인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69%가 그를 ‘성전을 수행하는 병사’로 생각했다.

1957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설회사를 경영하는 대부호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무장테러단체와 관계를 맺은 계기는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 침공이었다. 이슬람교도인 그는 이슬람 형제국인 아프간이 이교도에게 유린되자 ‘무자헤딘’이라는 아프간 무장 게릴라 단체에 투신했다. 86년부터 2년간 아프간에 인접한 파키스탄의 페샤와르 등지에 6개의 훈련캠프를 열고 아프간 반군과 반군 돕기에 나선 의용군(당시 총규모 10만명)을 전투요원으로 키워냈다. 당시만 해도 소련과 냉전 상태에 있던 미국은 아프간 반군에 무기를 제공했으며 군사훈련을 도왔다. 빈 라덴은 당시 미국의 ‘친구’였다. 사우디의 정보기관 등도 약 200억달러의 자금을 아프간 반군활동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때 직접 훈련한 요원과 게릴라 단체, 사우디의 과격단체 등을 묶어 ‘알 카이다’란 이름의 국제테러단체를 조직했다. 이 같은 활동에는 국제금융기관을 통해 원격관리하는 개인 재산이 밑바탕이 됐다.

빈 라덴이 소련과 대항하는 아프간 반군을 도울 때에는 뜻을 같이했던 미국과 등을 돌리게 된 이유는 걸프전이 끝난 뒤 미국이 중동 지역 군사 거점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선택, 미군상설기지를 만들었기 때문. 이슬람 성지가 있는 사우디에 ‘이교도 미국’의 군사 기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일부 과격 이슬람단체가 미군기지를 공격했고 이들 단체와 관계된 것으로 알려진 빈 라덴은 국적을 박탈당했다. 활동이 불가능해진 그는 이슬람국가인 수단으로 옮겨 미국을 상대로 한 테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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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사우디의 다란 미군기지가 폭파되자 미국은 수단 정부에 테러 배후로 지목된 빈 라덴을 넘기도록 압력을 가했고 수단측은 국외추방의 방법을 택했다. 이슬람 과격파 무장단체 탈레반이 집권하고 있던 아프간은 유일하게 남겨진 도피처나 마찬가지였다. 테러지원은 계속됐으며 비록 미수에 그쳤지만 빈 라덴은 지구촌이 밀레니엄 축제에 빠져있던 1999년 12월3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국제공항을 파괴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빈 라덴은 올해 6월 아프간 남부의 한 곳에서 세계 각지에서 그의 ‘성전’을 지지해온 후원단체 대표를 만났다. 그는 신장염으로 위독하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던 점을 의식해 “건강은 좋다. 가끔 승마를 하고 대공포 조작법을 가르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무차별 공격을 촉구했다. 미국은 그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테러리스트’로 현상수배했다. 8월 그가 출연한 50분짜리 ‘성전 교육’ 비디오가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지난해 10월 예멘의 미 이지스함 테러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비디오에서 빈 라덴은 이 테러를 ‘영웅적 행위’로 칭송하면서 “지배자들을 믿지 말라”고 테러를 부추겼다.

<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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