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차세대 리더' 윤곽 드러나

  • 입력 2001년 8월 20일 18시 28분


《장쩌민(江澤民) 주석 이후 중국을 이끌 새 지도부 윤곽이 드러났다. 홍콩의 일간지 태양보는 이달 초 중국 최고위층이 베이징(北京) 인근 하계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회동한 자리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당총서기-리루이환(李瑞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축으로 한 차세대 구도가 합의됐다고 20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는 7명의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인선작업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또 퇴진 여부가 한때 불확실했던 리펑(李鵬)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은퇴도 이 회의에서 결정되는 등 내년 가을에 출범할 새 지도부의 윤곽이 드러났다. 집단지도체제인 중국에서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모든 것을 관할 결정하는 최고 권력기구다.

내년 가을 당 대회에서 퇴진하는 사람은 장 주석, 리펑 위원장, 주룽지(朱鎔基) 총리, 웨이젠싱(尉建行) 당 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이들 대신 원자바오 부총리, 쩡칭훙(曾慶紅) 당조직부장, 뤄간(羅幹) 국무위원, 우방궈(吳邦國) 부총리가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새로 진입한다.

상무위원 7명 가운데 4명이 바뀌고 당서열이 재조정되면서 중국의 지도부체제는 현재의 제3세대에서 제4세대로 바뀌게 된다.

관측통들은 장 주석이 당총서기직과 국가주석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중앙군사위 주석직은 계속 유지한 채 과거의 덩샤오핑(鄧小平)처럼 배후에서 최고 실력자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장 주석 계열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장 주석이 일찍부터 후계자로 점찍어온 후 부주석, 장 주석의 오른팔로 알려진 쩡 부장, 장 주석의 후원 아래 92년 정치국에 진입한 리란칭(李嵐淸) 부총리, 상하이(上海)파의 일원인 우방궈 부총리가 장 주석 계열이다. 장 주석이 수차례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추천했지만 당내 반발로 진입에 실패한 쩡 부장은 내년 가을 정치국 상무위 진입과 동시에 국가 부주석을 맡아 장 주석의 대리인 역할을 떠맡을 전망이다. 부주석 자리는 현재는 서열 5위지만 차기엔 4위가 된다.

차기 정치협상회의 주석에 기용될 것으로 알려진 리란칭 부총리는 장 주석과 동향인 장쑤(江蘇)성 출신. 장 주석이 89년 덩샤오핑에게 발탁돼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옮겼을 때 그의 집에 머물 정도로 친한 사이다.

장 주석의 ‘조수(助手)’로 통하는 우방궈 부총리는 상하이파의 차세대 맹주이면서 안후이(安徽)성 출신의 후진타오 부주석과는 동향에다 칭화(淸華)대 동창이다. 우 부총리는 담당했던 국유기업 개혁 성과가 부진한데다 상하이파가 견제하는 바람에 총리 경쟁에서는 원자바오 부총리에게 뒤졌으나 차기에도 국무원 부총리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차기 전인대 위원장으로 알려진 리루이환 정협주석은 리펑 위원장 계열로 분류되는 뤄간 국무위원과 함께 장 주석 계열에 대한 강력한 견제세력이다. 리 주석은 당 원로와 태자당의 지지 아래 입지를 강화해왔다. 리펑 위원장의 적극적 추천으로 정치국 상무위에 진출한 뤄간 국무위원은 당 기율위원회 서기를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개혁파로 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진압시 미온적이었다고 비판받아 실각 위기에 놓이기도 했던 원자바오 부총리는 주 총리로부터 뛰어난 실무능력을 인정받아 차기 경제 사령탑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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