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참배 외신반응]"日 아시아서 입지약화 가능성"

  • 입력 2001년 8월 13일 18시 47분


주요 외신들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3일 오후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키로 했다는 일본 총리관저의 발표를 긴급 기사로 보도했다. 외신들은 주로 일본과 아시아 국가들간의 외교적 마찰에 초점을 맞춰 그동안의 상황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언급.


○…CNN방송은 일본 총리관저의 발표 직후 도쿄 특파원을 전화로 연결해 문답형식으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국내외에서 어떤 파장을 불러 올지에 대해 자세히 보도. CNN은 “그동안 많은 아시아 국가들, 특히 한국과 중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주요 전범들의 위패가 세워진 야스쿠니신사를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물로 여기며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를 목소리 높여 반대해왔다”며 “국내에서도 외교적인 마찰을 우려한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AP통신은 고이즈미 총리가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거센 반발을 의식해 야스쿠니 참배를 15일에서 13일로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

AP는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일본의 외교적 입지를 약화시킬 수도 있으며 10월로 예정된 고이즈미 총리의 중국 방문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보도.

AP는 고이즈미 내각 일부는 고이즈미 총리에게 한국 중국 등의 분노를 고려해 참배일을 앞당길 것을 촉구해왔으며 반면 또 다른 일부는 참배일을 바꾼다면 참전용사들이나 그 가족들에게 모욕이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고 전했다.

AP는 또 일본의 한 TV방송의 여론조사를 인용해 “응답자의 50% 정도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찬성하고 있으며 반대하는 사람들은 40% 미만”이라고 소개.

○…AFP통신은 도쿄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이날도 9명의 한국인들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을 비롯해 60여명이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일본 언론을 인용해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결정을 긴급뉴스로 타전.

이에 앞서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1일자)는 “신사 참배는 A급 전범에 대한 추모뿐만 아니라 일본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고이즈미 총리는 전범이 아닌 전몰자들을 추모하는 장소를 방문해야 한다”고 지적.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고이즈미 담화 요지▼

우리나라는 8월15일에 56회 종전기념일을 맞이한다. 21세기의 초입에서 대전(大戰·태평양전쟁)을 회고할 때 숙연한 마음가짐이 우러나오는 것을 금할 길이 없다.

대전에서 일본은, 우리 국민을 포함해서 세계의 많은 사람에 대해 많은 참화를 안겨주었다. 결국 아시아 근린제국에 대해 과거의 한순간에 잘못된 국책(國策)에 바탕을 두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일으켜 계량할 수 없는 참해(慘害)와 고통을 주었다. 그것은 지금도 타국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치유되기 어려운 상흔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이런 상흔의 역사를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여 전쟁희생자 여러분 모두에 대해 깊은 반성과 함께 애도의 뜻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다.

이 같은 나의 신념을 설명하면 우리 국민과 근린제국의 여러분에게도 반드시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총리 취임 후에도 8월15일 야스쿠니 참배를 하겠다는 취지를 표명해 왔다.

내외에서 나의 신사참배에 대한 찬반론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참배 자체의 중지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런 국내외 상황을 진지하게 수용해 나 자신의 결단으로 참배를 행하기로 한 것이다.

총리로서 일단 행한 발언을 철회하는 것은 참괴(慘愧)한 일이다.

그러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나의 지론은 지론으로 하고, 광범위한 국익을 포함해 일신을 던지는 내각총리대신으로서의 직책을 수행해 모든 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에 있다.

상황이 허락하면 가능한 한 빠른 기회에 중국과 한국 요로의 인물들과 아시아 태평양의 미래와 평화, 발전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동시에 나의 신념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은 심정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