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구제역 '새옹지마'…피해농 '희색' 일반농가 '울상'

  • 입력 2001년 8월 8일 19시 07분


영국의 구제역 파동으로 축산업자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가축을 잃은 축산업자가 슬퍼할 일이지만 실상은 반대라고 일간지 옵서버가 6일 보도했다. 이들은 집단도살에 대한 보상금으로 정부로부터 넉넉한 돈을 받아 ‘구제역 백만장자’란 말까지 생겼다. 반면 구제역 피해를 당하지 않은 축산업자는 보상금은커녕 엉뚱한 피해만 당했다. 소비 감소로 출하가격이 떨어져 사료비도 못 건지고 있으며 가축을 내다 팔지 못해 축사를 늘리느라 땅을 새로 장만해야 했기 때문.

젖소 449마리를 구제역 때문에 잃은 요크셔 스킵톤의 마이클 월뱅크(45)는 보상금으로 70만 파운드(약 12억8000만원)를 받게 됐다. 이 마을의 한 농부는 “동네에 ‘구제역 백만장자’ 세 명이 생겼는데 이들은 보상금으로 새 차를 구입해 가족과 함께 해외 휴가를 떠났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집단도살 대상이 된 가축에 대해 시가의 배를 보상해주고 있다. 보상비를 타내려 일부러 사육 두수를 늘려 폭리를 취한 축산업자도 있다고 한다. 영국 정부가 구제역 대책비로 쓴 돈은 현재 20억 파운드(약 3조6400억원)에 이른다.

도축업자와 수의사도 수입이 2∼3배 늘어 구제역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구제역 파동이 계속되는 것은 정부가 너무 후하게 보상하기 때문이란 주장도 있다. 축산업자들이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애써 하지 않는다는 것. 이와 관련해 7일 BBC방송은 보상금의 60%를 부담하는 유럽연합(EU)이 영국 정부의 ‘과잉 보상’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라 EU가 보상금 지원 중단 등 가혹한 조치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

<김성규기자>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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