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함 판매보류 배경]부시, 美-中관계 악화 우려 '일보후퇴'

  • 입력 2001년 4월 24일 18시 29분


미 행정부의 무기 관련 보도가나온 직후 대만 국방성 대변인이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미 행정부의 무기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대만 국방성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미국이 대만에 대한 이지스급 구축함 판매를 보류함에 따라 최근 악화일로를 치달아 온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일단 한 고비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중국 및 대만과의 관계, 중국에 대한 미국 내부의 강온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실적인’ 결정을 한 셈이다.

우선 중국에 대해선 “첨단무기를 대만에 팔지 말라”는 중국측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제스처를 취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미국은 향후 중국의 태도에 따라 이지스급 판매 문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조건을 달아 앞으로도 이를 대중국 카드로 사용할 방침임을 천명했다.

이지스급 구축함 판매를 지지해온 존 킬 상원의원은 “이번 결정은 현재로선 타당하지만 앞으로 중국이 대만에 대한 도발과 적대행위를 계속할 경우 미국은 분명히 이지스급 구축함 제공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또 대만에 대해선 79년 제정된 대만관계법에 따라 미국이 대만의 안보에 필요한 군사적 지원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

대만에 제공키로 한 키드급 구축함은 당초 대만의 요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미국으로선 ‘성의’를 보였다고 할 만하다. 키드급은 미 해군에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구식이긴 하지만 대만에게는 ‘현저한 질적 향상’을 가져다줄 수 있는 수준.

중국의 반응은 반발쪽이지만 당초 미국이 이지스급 판매를 검토한다고 했을 때보다는 약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중국 외교부는 여전히 “미국의 공격용 무기 판매는 미―중 협약을 위반한 것이며 대만해협에 새로운 긴장을 조성하게 될 것”이라는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미국이 구축함과 함께 대만에 제공하기로 한 무기는 △P3 오리온 대잠(對潛)초계기 12대(최대) △팔라딘 155㎜ 자주포 시스템 △MH53E 기뢰제거 헬기 △하푼 미사일 △MK48 Mod4 어뢰 등이 있다. 중국측이 특히 신경을 쓰는 무기는 키드급 구축함과 디젤잠수함 및 P3 대잠 초계기라는 반응이다.

분석가들은 이번에 대만에 제공하기로 한 무기는 최근 10년 사이에 제공된 무기류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미―중 갈등을 야기했던 미 정찰기가 아직 중국의 수중에 있다는 현실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워싱턴 외교가는 분석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정면으로 이를 부인한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대만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보류한 것”이라면서 대만 및 미국 내 보수세력을 무마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한편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23일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계획을 부시 대통령에게 건의하면서 중국이 대만을 마주보는 남중국해 연안의 미사일 배치를 중단하도록 경고해줄 것을 함께 건의했다.

중국은 현재 대만을 겨냥, 300기의 중거리 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으며 매년 50기 정도를 보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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