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조회장 발언 파문]'자위대 팽창' 속마음 드러내

  • 입력 2001년 4월 15일 18시 34분


일본의 집권자민당 총재선거에 입후보해 일본 총리직에 도전중인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정조회장의 자위대 관련 발언은 자민당 내 보수세력의 속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의 발언은 주한미군이 공격을 받을 때는 일본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 자위대를 한반도에 파견하고 미군과 함께 무력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일본의 안전보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달았지만 그의 언급은 자위대의 출동근거를 상당히 완화하고 출동범위를 대폭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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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보유와 전쟁포기를 명기하고 있는 현행 일본 헌법상 자위대는 사전공격이나 전쟁목적에 동원될 수 없다. 다만 자위대법(76조 방위출동)에 따라 외부로부터 일본이 직접적인 무력공격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을 때만 출동할 수 있다. 소위 전수(專守)방위개념이다. 방위출동의 경우도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그럴 여유가 없을 때는 사후승인을 받아야 한다.

가메이 정조회장은 “국제분쟁에 적극 참여해 동맹국가로서 무력행사를 하는 형태로는 자위대의 협력은 불가능하다”고 밝혀 어디까지나 미군과의 협조관계에서만 자위대 출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미군을 지원하기 위한 자위대출동도 99년 미일 신방위협력지침(신가이드라인)에 따라 상당히 확대됐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미군 활동의 후방지원이나 자국민의 구출 등으로 국한돼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가메이 정조회장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미군에 업혀 자위대의 활동범위를 넓히고, 까다로운 자위대의 출동근거를 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자위대법도 고쳐야 하고 미군과의 가이드라인도 개정해야 한다.

자위대법의 개정은 자민당내 보수세력의 숙원사업이다. 이미 시안도 마련해 놓고 있다. 다만 야당의 반대와 주변국의 우려 때문에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을 꺼릴 뿐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볼 때 가메이 정조회장의 이번 발언은 자민당내 보수계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미국이 이를 허용할지는 현재로서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만이라도 일본에 ‘경찰국가’의 부담을 일부 떠넘기려 하고 있는 미군으로서는 언젠가는 한번쯤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다. 가메이 정조회장의 발언은 이런 점도 고려에 넣었을 것으로 보인다.

▼가메이 정조회장은▼

중의원 7선 의원.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제철화학회사를 거쳐 62년부터 경찰로 근무하다 77년 정계에 입문했다. 운수상 건설상 등을 역임했고 모리 요시로(森喜朗)내각에서 정조회장이 된 뒤 모리 총리의 최측근으로 일해왔다.

그는 안보문제에 관한 한 매파에 속한다. 86년10월 주일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 모임에서 “일한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는 야스쿠니(靖國)참배와 교과서문제 등으로 한국과 중국이 일본정부를 공격하고 있을 때였다. ‘현재는 미일안보조약, 한미안보조약이 있어서 전쟁이 억제되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 그런 제약이 없어진다면 한국과 중국의 내정간섭에 일본인들은 참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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