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발칸분쟁서 발빼나…평화군-무기등 철수 개시

  • 입력 2001년 3월 16일 18시 29분


미국이 발칸 반도의 분쟁지역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15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주둔중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평화유지군(SFOR·2만명) 가운데 미군 800명이 금주 들어 탱크 등 중장비와 함께 본국으로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크레이그 퀴글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이번 철수로 평화유지군 소속 미군은 4400명에서 3600명으로 감축될 것”이라며 “아파치 헬기 16대 전부와 M1 에이브럼스 탱크 및 브래들리 전투차량 일부도 더 이상의 필요성이 없어 철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의 이 같은 철수 움직임은 조지 W 부시 새 행정부가 줄곧 주장해온 ‘미군의 발칸 철수 정책’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퀴글리 대변인은 “철수 결정은 NATO가 6개월마다 실시하는 정기적인 평화유지군 현황 검토 끝에 지난해 12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철수 과정에는 탱크와 공격용 헬기 등 현지 미군의 주력 중화기부대가 포함돼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군이 주력 무기들을 철수시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

게다가 국방부는 올 상반기 평화유지군 현황 검토가 끝나는 5월말 추가로 병력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기 때문에 사실상 미군이 보스니아에서 본격적인 ‘발빼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부시 행정부는 이미 상반기중 추가로 감축할 병력 규모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니아와 NATO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철군작업을 강행하는 속셈은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폭력사태가 끊이지 않아 병력 희생이 잇따르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실제로는 “유럽의 일은 유럽이 책임져야 한다. 미국은 불가피할 경우에만 최소로 개입한다”는 부시 대통령이 표방한 신고립주의적 대외 안보정책이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부시 대통령이 “동맹국들과 계속 협의를 하겠다”고 밝힌 것도 알맹이가 없는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은 구 유고연방 코소보주에도 평화유지군으로 병력 5600명을 주둔시키고 있는데 여기도 머지 않아 철군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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