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대표지명자 '경고']美 통상압력 波高 현실로

  • 입력 2001년 1월 31일 18시 33분


“큰 파도가 오고 있다. 그러나 당장은 아닌 것 같다.”

로버트 죌릭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 지명자의 상원 인준청문회 발언에 대한 국내 통상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출혈수출 철강 타격 우려▼

한국산업연구원(KIET)의 심영섭 박사는 “죌릭이 발언한 장소가 지역구의 의견을 중시하는 상원의 ‘인준 청문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됐던 수위의 발언”이라고 말했다. 또 죌릭 지명자가 직접 거명했던 철강과 산업은행의 현대전자 회사채 인수건은 이미 미국측이 문제를 제기한 사안.

▼구조조정 정책도 통상문제화▼

포항제철 무역통상팀 이병우 팀장은 “핫코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철강제품이 이미 반덤핑관세 등의 조치로 수입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에 철강수출이 당장 심각한 위기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물론 아니다. 자동차 제조에 필요한 철강제품인 냉연강판의 국내 생산량이 국내 수요량 700만t을 훨씬 넘어선 1400만t에 달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업계는 서로 협조해서 무역규제를 피하기보다는 출혈 경쟁에 골몰하고 있어 언제 심각한 제재를 받을지 가늠하기 힘들다.

무역협회 통상지원팀 박진달 팀장은 “산업은행의 현대전자 인수문제는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가 계속 제기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정부가 현대전자라는 개별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 것이 명백하고 피해입증도 쉽지 않은 만큼 통상현안으로 부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제는 정부의 고유권한으로 인식되던 구조조정정책이나 재정정책도 통상문제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정부정책의 범위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통상현안

분 야현 안
한미자유무역협정(FTA)체결미상원의 요구에 따라 무역위원회가 한미FTA의 효과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클린턴 행정부와 달리 부시행정부가 한미FTA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음
철 강한국은 미국으로부터 14개 제품의 수입규제를 받고 있으며 미국 철강업계와 의회에서 철강에 대한 수입규제 강화를 요구중
반 도 체작년 10월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의 한국산 D램에 대한 반덤핑 관세 철회로 분쟁이 완화됐으나 반도체 시황이 악화될 경우 재연 가능성 상존
자 동 차우리 나라의 대미자동차 수출이 작년 50만대를 넘어서는 등 호조세인 반면 미국 자동차의 국내 판매는 부진하여 시장개방 요구가 재론될 가능성이 있음
지적재산권USTR는 작년 4월 우리 나라를 스페셜301조에 의한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지정했는데 지난달 19일 특별검토에서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존치

▼뉴라운드 출범땐 全분야 비상▼

통상전문가들은 죌릭 대표의 발언에 대해 “죌릭 대표가 각론을 이야기했지만 실제 메시지는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정부보다 통상문제에 대해 훨씬 강경하니까 미리 알아서 준비하라’는 총론적 의미의 경고성격이 강하다”고 말한다.

거론되지 않은 품목이라고 해서 안심하지 말고 자율적으로 수출규제를 하고 임박한 통상현안에 대해 준비를 해두라는 것. KIET 심 박사는 “부시 행정부가 서비스 지식재산권 농산물협상 등을 다룰 뉴라운드 출범을 서두르기 위해 정지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으로 뉴라운드가 출범하면 지식산업과 농수산업 경쟁력이 취약한 한국은 전산업에 걸쳐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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