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 10년]경제난속 '후세인왕국' 건재

  • 입력 2001년 1월 12일 18시 25분


17일로 미국 등 서방과 이라크 간에 벌어진 걸프전쟁이 10주년을 맞는다. 1991년 이날 서방 폭격기들은 쿠웨이트를 침략한 이라크에 전면 폭격을 단행했다. 그로부터 41일후 쿠웨이트는 해방 됐으며 패배한 이라크는 종전을 선언했다.

10년 세월이 흘렀음에도 걸프전이 남긴 후유증은 여전하다. 유엔의 금수조치로 이라크는 만성적인 약품과 식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또 걸프전을 주도한 미국에도 변화는 많았다. 전쟁을 치른 조지 부시 전대통령의 아들 조지 W 부시가 정권을 잡았으며 당시 국방장관 딕 체니가 부통령에 오르고 합참의장 콜린 파월은 국무장관에 지명됐다. 이들은 이라크에 대한 강경노선을 천명하고 있다.

▼대통령궁 신축…거리마다 초상화▼

▽건재한 사담 후세인=패전에도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63)은 건재하다. 그는 전시체제와 집권 바트당 1당 독재를 지속하고 있다. 경제는 어렵지만 화려한 대통령궁을 신축했으며 중동 최대규모의 사담 대사원을 짓고 있다. 바그다드를 현지취재한 AP통신은 거리마다 그의 대형초상화가 걸려 있다고 전했다. 최근 그가 뇌졸중으로 와병중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6일 이라크군 창설 80주년 연설을 통해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런던에 본부를 둔 야당연합 이라크 국민회의(INC)는 미국 지원을 받고 있다. 부시 정부가 모두 9700만달러(약 1220억원)를 INC에 지원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하지만 이들이 후세인 독재를 끝장내기는 힘이 부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라크의 경제상황=오일 달러로 형성된 이라크의 중산층은 전쟁전에 비해 10분의 1로 줄었다. 10년전 유엔이 가한 금수조치로 이라크는 만성적인 생필품 의약품 부족에 시달려왔다. 지난해까지 금수조치로 영유아와 어린이 등 140만명이 숨졌으며 지난해 11월 한달 동안에만 7556명이 영양실조 등으로 숨졌다.

걸프전이 끝난 후에도 미국과 영국의 폭격으로 최근 2년간만 이라크인 300여명이 숨졌으며 1000여명이 부상당했다고 이라크는 주장한다.

이라크의 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96년 유엔은 생필품 구입용 원유수출을 이라크에 허용했다. 상당수의 유정시설이 파괴 노후화된 상태이지만 원유채굴량을 늘려 최근에는 전쟁전 수준인 하루 300만배럴 수준까지 수출량을 늘렸다. 최근 이라크의 경제는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바그다드에는 파괴된 건물이 남아있지 않다.

▽이라크 제재와 부시 정권의 딜레마=지난해 8월 위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국가 정상으로는 걸프전 후 처음으로 이라크를 방문했다. 러시아 프랑스 중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이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항공봉쇄를 무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바그다드에서 무역박람회가 열려 45개국 1만8000명의 기업인이 몰려 들었다. 영국은 이라크 상공의 비행금지구역을 감시하는데 드는 돈 8억파운드(약 1조4000억원)가 부담스러워 미국에 이라크 남부상공에 한해 순찰 폭격을 중지하자고 제안할 계획이다.

▼부시정권 이라크 제재 완화 가능성▼

이라크에 대한 제재가 점차 효력을 잃고 있음에 따라 미국의 차기정권은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영국 BBC 방송은 특히 이라크의 석유산업이 활성화됨에 따라 미국내 석유업체들이 부시 정권에 제재를 완화하라는 로비를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부시 정권은 실효성 없는 제재를 계속 유지하는 대신 제재의 목표를 군용물품 금수나 후세인 정권 징계 정도로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BBC는 내다봤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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