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하시모토파 '군대보유' 개정안 의미]개헌 시간문제

  • 입력 2000년 12월 28일 18시 42분


일본 자민당 최대파벌인 하시모토파가 개헌의 기본방향을 마련함에 따라 일본 정치권의 개헌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간 개헌 논의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자유당 당수의 시안 등 여러 형태로 제시돼왔다. 그러나 이제껏 중도 성향으로 분류됐던 하시모토파가 개헌방침을 내놓음에 따라 개헌찬반 논란의 무게중심이 개헌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개헌 논의의 핵심은 전쟁포기와 군대보유를 금지한 제9조, 이른바 ‘평화조항’이다. 이에 대한 논의는 일본의 마지막 금기사항이었으나 ‘성역’이 무너진 이제 개헌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다.

하시모토파의 개헌 밑그림은 개헌 진영의 전반적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위를 목적으로 한 군대를 보유할 수 있으며 집단적 자위권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또 유엔 등의 요청이 있으면 집단안전보장을 위해 외국에 군대를 파견할 수도 있다. 이어 천황을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원수’임을 명시, 상징적 지위를 강화키로 했다. 현행 헌법엔 명문 조항이 없어 국가원수가 천황인지, 총리인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렸다.

개헌을 주장하는 것은 여당뿐만이 아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대표도 최근 자위대를 ‘국군’으로 바꿔 불러야 하며 집단적 자위권 발동 권한을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유엔 평화유지군(PKO) 활동 조건을 완화해 자위대 파견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자와 자유당 당수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국회 차원의 논의도 활발하다. 중의원과 참의원에는 1월 ‘헌법조사회’가 설치돼 개헌에 관한 의견수렴과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헌법조사회는 2004년까지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직 단언할 수는 없지만 결국 ‘평화조항’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헌법개정 작업은 빠른 속도로 추진될 것이 틀림없다.

반대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명당 사회당 공산당과 민주당 내 일부세력은 반대 혹은 신중론을 펴고 있다. ‘평화조항’ 덕에 경제발전을 이뤘다거나 당장 개헌을 해야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는 이제 작은 외침에 불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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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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