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미군 해외배치 재검토']주한미군도 변화오나?

  • 입력 2000년 12월 17일 18시 36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당선자의 차기 행정부가 실제로 취할 외교정책의 근간이 16일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의 발언을 통해 대략의 윤곽을 드러냈다. 파월은 이날 국무장관 지명 수락 연설에서 장군 출신답게 차기 행정부가 힘을 바탕으로 미국의 국익을 추구하는 외교를 펼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국방장관의 영역에 속하는 군사전략 문제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상세히 언급, 그가 ‘실세’로서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의 연설에서 가장 주목을 끈 부분은 차기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해외파견 미군의 전력 배치를 전면 재검토해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힌 대목. 파월은 “보스니아와 코소보 및 세계 다른 지역의 미군 배치를 검토하겠다”며 “우리가 유지할 수 있는 해외 파병 병력엔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서는 당연히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포함한 아시아주둔 미군의 재배치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 밑에서도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에 대한 전략 재검토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남북한의 긴장완화에 따라 극동아시아의 안보환경이 변하고 있는데다 한국과 일본에서 주둔미군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파월은 “우리는 해외파병 미군을 철수하거나 감축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혀 미군 재배치 문제가 병력 감축뿐만 아니라 미국의 해외 전력 유지에 따르는 비용을 주둔국에 넘기는 방안 등을 모두 포함하는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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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파월 국무장관 지명자가 보스니아와 코소보를 거명했기 때문에 유럽 지역의 미군에는 상당히 빨리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부시 당선자는 그동안 발칸 지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평화유지군에서 미군을 철수시켜 중동 등 다른 분쟁지역으로 옮기겠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연합(EU)이 신속배치군을 창설하는 등 미국의 ‘군사우산’에서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파월은 그 동안 분쟁지역에 대한 미군의 개입은 정당한 명분과 목표가 있고 국내에서 확실한 지지가 있는 경우에 한해 압도적 군사력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걸쳐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른바 ‘파월 독트린’을 주장해 왔다.

파월은 이와 함께 중국 러시아는 물론 유럽도 반대하고 있는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구축을 ‘전략적인 군 시스템의 핵심’이라고 규정, 차기 행정부가 NMD 계획을 강력히 밀고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파월은 물론 “우리는 전략적 공격무기를 갖고 있으나 우리의 NMD 구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들과의 협상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며 이 협상은 힘들 것”이라고 말해 NMD 추진에 상당한 난관이 따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같은 그의 발언은 미국이 북한 이라크 등의 미 본토 공격에 대비한 NMD 계획을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동맹국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파월의 외교정책 구상은 전반적으로 강성 기조를 띠고 있어 앞으로 이를 실천해나가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에서 적지 않은 외교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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