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자기상인 고려청자 복원 사기극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5시 57분


고려청자의 복원에 성공했다고 꾸며 세계 각국에서 개인전까지 개최했던 일본의 자칭 도예가가 한국 도예가들의 항의를 받고 사기극임을 시인, 사죄했다.

문제의 인물은 교토(京都)시에서 도자기상을 하는 자칭 '특수공예연구작가' 다니 순세(谷俊成.70)씨.

그는 ▲1960년대 한국의 저명 도예가 해강(海剛) 유근영(93년 작고)씨를 만나공동으로 고려청자의 복원에 성공했으며 ▲유씨가 타계한 후 자신이 직접 1천2백여점의 작품을 제작, 개인전을 열었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그는 저명 도예가를 자처하며 일본의 백화점이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수차례 연 것은 물론 파리(93년)와 밀라노(95년), 빈(2000년)등 각국을 돌며 '고려도예전', '순세도예전'을 개최했으며 그의 요구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경제단체 수뇌들의 메시지가 전달되기도 했다.

또 지난 7월에는 국제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외무대신 표창을 받는가 하면 금년 가을 빈 전시회에서는 국제교류기금으로부터 협력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그러나 사기 행각은 지난 4월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문화면에 고려청자복원에 관한 글을 기고한 것이 빌미가 돼 꼬리가 잡혔다.

그의 글을 접한 유씨의 장남 광열(光烈. 해강 2대)씨와 이천 도자기사업협동조합 등의 지적에 의해 니혼게이자이가 검증 취재한 결과 의문점이 드러나면서 결국 그는 추궁을 받고 실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다니 통상'(교토시)의 사장으로 1960년대부터 서울 등을 오가며 해강의 작품을 매입, 일본에 판매해오다 90년대 전반부터 도예가로 행세한 사실이 그 자신의 입을 통해 밝혀졌다.

전시회에 등장했던 대부분의 작품은 이천 도자기촌 무명작가의 작품에 자기의호(號)를 써넣은 것이었다.

그는 26일 이촌 도자기촌을 찾아 잘못을 사과하고 "고려청자를 선전하는 것이목적이었다. 작품을 고가로 전매한 것이 아니며 미술관 등에는 작품을 무료로 기증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현지 도예인들은 "민족의 유산에 욕을 보이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는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는 27일 조간에 "4월4일자 조간 문화면에 다니씨의 기고를 게재함으로써 한국의 도예 관계자, 독자들에게 폐를 끼친 것을 사과한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한편 일본 외무성은 다니씨로부터 직접 진술을 듣는 등 사실관계의 조사에 나설방침이다.

[도쿄= 연합뉴스 문영식특파원]yungshik@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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