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다양한 실험 보장되는 그런 사회 돼야"

  • 입력 2000년 11월 3일 18시 45분


■'미래와 그 적들'/ 버지니아 포스트렐 지음, 이희재 옮김/ 375쪽, 1만1900원/모색

좌파와 우파, 매파와 비둘기파, 평등주의자와 개인주의자, 자유지상주의자와 국가주의자…. 냉전시대의 편리한 이분법으로 자신의 지향점만을 영원한 이상이라고 주장하던 시대는 지났다. 그렇다고 아무런 기준도 없이 ‘다양성’만 나열할 수도 없다. ‘이성(Reason)’의 편집자, ‘포브스(Forbes)’의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저자는 ‘안정’과 ‘변화’라는 보다 포괄적 세계관의 기준을 내세운다.

“안정을 고수하는 세계관은 삶의 온갖 이질적 측면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숨기기에 급급하지만 나의 의도는 그것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안정론자는 마치 변화론이 한때의 천박한 유행인 것처럼 취급함으로써 자신의 심오함을 부각시킨다. 나의 목적은 변화론의 풍부한 전통을 드러내자는 것이다.”

1950년대 말 디즈니랜드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그것은 단순한 놀이공원이 아니라 인간의 꿈을 구현한 완벽한 모델로 받아들여졌다. 그것은 바로 이 땅에 실현된 ‘이상(理想)’으로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1960년대에 이미 디즈니랜드는 ‘완전한 미래’의 꿈을 접고 끊임없는 수정을 시작해야 했다. 이제 디즈니랜드의 장점은 수시로 변하는 인간의 꿈에 따라 수시로 고칠 수 있는 미완의 상태라는 것이다.

이 책은 세계의 복잡성과 이변을 찬양한다. 저자는 미래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고 확신하며 다양한 모험과 실험의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재미 삼아 하던 일로 성공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이것은 세계적 인터넷 검색사이트인 ‘야후’의 설립자 제리 양의 말이다. 넷스케이프 같은 인터넷 신생기업이 각광을 받자 야후 설립자들은 온갖 인터넷 사업을 다 구상했지만 정작 인터넷 정보를 색인화하고 있었던 ‘야후’를 사업화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이를 깨달은 것은 자신들의 놀이가 만든 편리함이 이미 방대한 시장을 형성했음을 알게 됐을 때였다. 지나치게 포괄적 판단기준일 수도 있는 ‘변화’는 이렇게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