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곧 유엔가입 국제사회 합류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9시 08분


유고연방이 발칸정상회담에 참석한 데 이어 조만간 유엔에도 가입, 명실상부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유고연방 대통령은 25일 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폐에서 열린 발칸정상회담에 참석했다. 유고연방의 발칸정상회담 참석은 3년만이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 집권 이후 유고는 국제사회는 물론 발칸반도에서도 ‘왕따’ 신세였다.

발칸정상회담에 미국 대표로 참석한 리처드 홀브룩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코슈투니차 대통령과 2시간 가량 회담한 뒤 “유고가 매우 가까운 장래에 유엔에 가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홀브룩 대사는 “코슈투니차 대통령과의 회담 분위기로 볼 때 유고가 유엔 규정에 따라 유엔에 가입할 것이 분명하다”며 “유고가 자유민주국가로서 다른 국제기구들에도 가입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이달초 코슈투니차 대통령 취임 직후 서한을 보내 “유고연방이 국제사회와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유엔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권고했다. 유엔은 92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마케도니아의 독립으로 구 유고연방이 붕괴되자 신 유고연방이 유엔 회원국 자격을 자동 승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승인, 밀로셰비치가 집권한 유고를 유엔에서 쫓아냈다.

한편 발칸정상회담에서 국제무대에 데뷔한 코슈투니차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발칸반도는 평화와 안정을, 유럽은 평화롭고 안정된 발칸반도를 필요로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유고는 인접국들과의 대화에 참여할 용의가 있으며 관계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역설했다.

발칸 정상들도 공동성명을 통해 “유고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적인 변화들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화답했다. 구 유고연방 붕괴 이후 끊임없는 갈등과 내전을 겪어온 발칸국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역사적’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그러나 발칸정상회담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레셉 메이다니 알바니아 대통령은 “발칸반도의 문제들은 유고의 범죄정권 때문이었다”며 “신정부는 세르비아에 억류된 코소보주 알바니아계 죄수들을 즉각 석방하고 코소보를 독립시켜야 한다”고 주장, 코슈투니차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했다.

코슈투니차 대통령은 내부적으로도 몬테네그로의 독립 움직임과 밀로셰비치 잔존 세력의 도전이라는 ‘협공’을 받는 형편. 국제사회가 오히려 유고연방의 유엔가입을 서두는 것도 모처럼 만난 민주적인 유고 지도자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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