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협상]클린턴 끈질긴 설득 임기말 ‘작품’ 엮어내

  • 입력 2000년 10월 18일 01시 01분


당초 ‘합의도출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던 중동정상회담에서 합의를 이끌어낸 ‘수훈 갑’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다. 20일 가량 지속된 이번 폭력사태는 꼬일대로 꼬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의 표출인데다 사망자만 100명이 넘었다. 그만큼 합의 도출은 해법을 찾기가 지극히 어려운 난제였다.

클린턴 대통령 자신도 이집트로 출국하면서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정도. 그러나 이집트 휴양도시 샤름알셰이흐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바쁘게 뛰었다. 협상 당사자인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수반이 상대방의 양보를 요구하며 사실상 팔짱을 끼고 있는 순간에도 클린턴 대통령은 두 지도자의 방을 바쁘게 오갔다.

1차 회담이 열린 16일 16시간이나 계속된 마라톤 협상의 와중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두 지도자의 방을 각각 4, 5차례씩 오갔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두 지도자가 합의를 도출할 경우 국내에서의 반대 여론에 몰릴 것을 우려, 몸을 사리자 “국내에서의 비난보다 평화를 먼저 생각하자”고 끈질기게 설득에 나섰다.

1차 회담이 끝난 뒤 참석자들 모두 “사실상 회담은 물건너갔다”며 한결같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나 미국 협상대표들만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며 집요하게 밀어붙였다. 클린턴 대통령은 17일 새벽 잠시 눈을 붙인 뒤 다시 협상에 돌입했다.

난제중의 난제였던 진상조사단 구성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된 미국 유엔 합동조사단 구성안은 클린턴 대통령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합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장소를 제공하며 중재에 나선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협상 결과에 완전히 만족하지는 못한다”고 말했으나 그의 참석이 아랍권에 미치는 상징적 효과는 크다.

하지만 93년 이후 이번까지 8번이나 중동협상 중재에 나선 클린턴 대통령이 ‘마지막 작품’이라는 생각에서 발벗고 나선 것이 합의안 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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