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워싱턴]교통량 측정장치 사생활침해 논란

  • 입력 2000년 10월 9일 19시 11분


최근 미국에서는 교통량 등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한 첨단 기술과 장치들이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운전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뉴욕의 고속도로 당국은 차량들의 속도와 교통체증을 파악하기 위해 유료 고속도로와 교량 터널 등을 통과할 때 현금 대신에 사용하는 이제트(E-Z) 전자 패스가 있는 차량의 운행상황을 모니터하고 있다.

버지니아 주와 매릴랜드 주는 워싱턴 외곽의 순환도로로 상습정체도로인 495 벨트웨이를 주행하는 운전자들의 휴대폰 통화 상황을 모니터, 교통체증의 정도를 파악하는 프로그램을 개발중이다.

알라배머 주의 한 회사가 개발한 장치는 달리는 차량의 운전자가 무슨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는 지를 파악할 수도 있다.이를 이용하면 효율적으로 교통안내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도로에 설치된 카메라는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어떤 차량이 신호위반을 하는 지 여부는 물론 신호위반운전자의 얼굴이 차량소유주의 운전면허 사진과 일치하는 지를 대조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추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운전자들은 크레디트 카드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처럼 자동차로 언제 어느 곳을 어떻게 다녔는지에 관한 기록이 일종의 '전자 족적'으로 남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8일 1면 기사를 통해 이같은 첨단장치들은 조지 오웰의 작품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가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듯 운전자의 운행을 감시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처럼 날로 발전하는 기술로부터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데 있다.

물론 교통당국은 이같은 기술은 전체적인 교통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차량을 대상으로 사용되지는 않으며, 이를 통해 수집한 관련 정보는 법원의 제출명령 등이 있기 전에는 임의로 외부에 유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시민들은 첨단교통량측정장치의 사용 기준을 법제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은 역시 꼭 편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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