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시위 IMF총회 '얼룩'…1만여명 프라하 집결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44분


공적자금 추가 조성 등으로 여론의 초점이 되고 있는 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은 26일 밤(현지 시간) 체코 프라하에 도착하자마자 시위대와 맞닥뜨렸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연차총회에 항의하는 전세계 비정부기구(NGO) 회원 1만여명의 시위였다. 이날 시위는 최소 80명이 부상하고 외국인 127명을 포함, 422명이 체포되는 극렬한 양상이었다.

시위로 시내 교통이 마비되면서 참석자들이 제때 회의장에 도착하지 못하는 소동도 잇따랐다. IMF 회의장 주변엔 폭력 시위의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었다. 진장관도 시위대에 가로막혀 공항에서 곧바로 숙소로 가지 못한 채 1시간 가까이 다른 호텔에서 머무는 곤욕을 치렀다.

▽시위대의 주장〓이번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경제세계화반대연대(INPEG)가 내걸고 있는 구호는 세계화 반대(Anti―Globalizat―ion). 미국 등이 주도하는 세계화는 강대국과 거대 자본의 이익을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특히 IMF의 횡포를 규탄하는 내용이 시위대 피켓을 장식하고 있다. ‘IMF는 합법적 마피아’ ‘부유한 국가들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IMF를 박살내라’ ‘경제 테러 즉각 중단’ 등이 대표적이다.

시위 배경에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다. 한 시위대원은 “IMF가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의 시장 개방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간의 빈부 격차를 심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공교로운 것은 이번 총회의 주요 의제가 최빈국 부채 탕감과 환경 보전, 저소득국 지원 방안 등 근래 보기 드물 정도로 ‘개혁적’이라는 점이다. IMF가 NGO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최빈국에 특별 차관을 제공하는 등 성의를 보였지만 양측의 시각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전철환(全哲煥)한국은행 총재는 “NGO들의 주장은 범세계적인 신자유주의 물결에 대한 반성이긴 하지만 아직 반대운동 자체가 뚜렷한 방향성이나 정체성을 정립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 대표도 곤욕〓6일 밤 10시경 프라하에 도착한 진념장관은 시위대의 저지로 예약한 숙소로 가지 못하게 되자 1시간 가량 기자가 머무는 숙소에서 시간을 보냈다. 김승유(金勝猷)하나은행장은 회의장에 발이 묶여 미국 메릴린치사 간부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결례’를 범했다. 일부 한국 기자들은 총회장을 나오다 시위대로부터 야유와 함께 물세례를 받기도 했다.

<프라하〓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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