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독신때보다 중과세▼
하여튼 ‘결혼 벌금’은 요즘 대선 정국을 맞은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세금감면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공화당은 맞벌이 부부뿐만 아니라 모든 기혼자에 대한 세금을 10년간 2920억달러(약 321조2000억원) 삭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세금감면안을 최근 의회에 제출, 통과시켰다. 공화당의 제이 헤이워드 하원의원은 “현재 결혼서약이란 더 많은 세금을 내겠다는 서약이나 마찬가지”라며 “연방정부가 엄청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결혼 벌금’은 없어져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빌 클린턴 대통령은 5일 “대폭적인 세금감면은 연방정부의 흑자 기조를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다”며 이 법안에 대한 서명을 거부했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인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는 “결혼했다고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 법안에 서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여름휴가가 끝난 뒤 다음달 초 소집되는 의회에서 대통령의 비토권을 번복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이 법안이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번복하려면 의회에서 3분의 2이상 찬성해야 하나 공화당이 이 표를 확보하기는 어렵기 때문.
▼공화 세금감면안 제출 공세▼
결국 미국의 기혼자들은 여야간의 정치적 타결이 이루어지기까지는 당분간 ‘결혼 벌금’을 내야 할 형편이다. 미국에선 결혼할 때도 ‘결혼 라이센스’를 사야 법적 효력이 인정되므로 결혼에 따른 경제부담이 이래저래 만만치 않은 실정. 이런 까닭에 ‘값비싼’ 결혼생활인 만큼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할지, 아니면 세금도 절약할 겸 권태로운 결혼생활을 정리해버리는 게 나을지 고민하는 기혼자도 있다고 한다.
<한기흥 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