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검열불구 인민일보 사이트 정부비판 쇄도

  • 입력 2000년 5월 25일 19시 23분


중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체제에 저항하는 사이버 전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인터넷 검열 정책을 펴고 있지만 네티즌들은 검열망을 뚫고 웹사이트 곳곳에 대(對)정부 비판 메시지를 게재하는 등 언론 자유의 바람을 확산시켜가고 있다.

25일 미국 인터넷 언론매체인 실리콘밸리 뉴스는 이같은 중국 인터넷 민주화의 열풍을 소개하면서 최근 천수이볜(陳水扁)대만총통 취임을 전후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넷판이 정부 지도자들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성토장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22일 인민일보 인터넷판에는 “대만을 독립시켜라” “일국양제는 고통의 유산을 남길 뿐이다”며 정부의 양안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한 메시지들이 게재됐다. 또 “대만과 통일을 이야기하려면 중국이 먼저 민주화돼야 한다” “민주주의가 중국에 최선의 체제다”처럼 중국의 민주화를 촉구하는 글들도 자주 실리고 있다는 것. 천총통의 취임사 전문을 왜 소개하지 않느냐며 신문사를 비난하는 메일도 폭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일보측은 이처럼 노골적으로 체제를 비판하는 글들을 최대한 빨리 삭제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으나 네티즌들은 이를 비웃듯 더 빠른 속도로 더욱 많은 새 메시지를 올리고 있다.

올초 중국 인터넷 네트워크 정보센터가 발표한 ‘중국 인터넷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말 현재 중국내 인터넷 유저는 890만명. 1998년 12월에 비해 무려 4배가 넘게 늘어났다. E메일 보유자도 360만명에 달했다.중국 정부는 1월말 “중국내 개인과 법인, 인터넷 사업체가 국제 인터넷망에 정보를 띄울 때는 반드시 사전 검열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컴퓨터 정보 기밀보호 규정을 발표했다. 명목은 국가 비밀정보의 대외유출을 막는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인터넷을 통한 반체제 활동을 통제하려는 목적이 더 컸던게 사실. 1989년 천안문사태를 전후해 민주화시위 주도 세력이 ‘팩스’라는 간단한 무기 하나로 철통같은 보안망을 뚫고 해외의 여론 지원을 얻어내는 바람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바 있는 당국으로서는 천안문사태 11주년 기념일인 6월4일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과거의 악몽을 새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에 대한 네티즌들의 체제 저항은 가일층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올 가을 이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앞으로 수년에 걸쳐 정보통신 시장을 대폭 개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본격적인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 경우 인터넷이 체제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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