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독점판결 의미]MS 횡포 제동…소비자 선택폭 확대

  • 입력 2000년 4월 4일 19시 40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미국 연방법원의 독점금지법 위반 판결은 컴퓨터 시대의 가장 중요한 판결의 하나로 기록될 것 같다.

MS는 컴퓨터 운영체제인 도스(DOS)와 윈도를 통해 개인용 컴퓨터(PC)시대를 독보적으로 열었고 컴퓨터 업계에서 전제군주처럼 행세해왔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이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MS의 횡포에 제동을 걸고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후발 업체들에 공정한 경쟁기회를 주고 소비자들에게도 선택 폭을 넓혀주는 중요한 디딤돌이 되는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미국 연방법원의 독점금지법 위반 판결은 지난주 법무부와 MS의 타협이 결렬되면서 이미 예상돼 왔다. 3일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판결이 이날 오후 5시경에 내려질 것이라는 소문만으로도 급락했다.

이번 사건의 주심인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는 지난해 11월 예비판결을 통해 MS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MS와 법무부가 5개월간 협상을 벌여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협상결렬의 책임은 양쪽 어디에도 있지 않다. 법무부와 함께 소송을 제기한 19개 주정부의 태도가 완강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기업분할까지 가지 않고 MS의 독점적 관행을 시정하는 선에서 타협하려고 했으나 주정부들은 기업분할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연방정부가 주정부들에게 끌려가는 양상을 보인 것은 앞으로의 타협 가능성도 어둡게 하는 대목이다.

MS의 빌 게이츠 회장이 “원고들 사이의 이견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

이날 잭슨 판사의 판결은 110년 전에 제정된 셔먼 독점금지법이 정보화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기업의 형태는 바뀔 수 있지만 독점적 관행은 어느 시대에서든 재발돼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MS의 미래에 중대한 도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이번 소송과는 별도로 미 전역에서 MS를 상대로 무려 110개의 민사소송이 무더기로 제기된 만큼 이번 판결이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과정에서 MS가 볼 피해도 적지 않다. 80년대 세계최대의 컴퓨터 제조업체였던 IBM이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제소돼 결국 소송 자체가 취하됐음에도 불구하고 10년에 걸쳐 소송을 벌이는 동안 기업 경쟁력이 약화됐던 점도 감안해야 할 대목.

물론 연방정부도 낡은 법으로 기술개량이 급격히 일어나는 정보통신업계를 규제하려 한다는 일각의 비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양쪽 모두 최종 재판까지 가지 않고 타협을 모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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