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맥'이 美IT산업 쥐락펴락

  • 입력 2000년 4월 2일 21시 07분


미국의 정보통신산업이 주도하는 신경제를 떠받치는 기본 토대는 개인플레이일까, 팀플레이일까. 엄청난 규모의 스톡옵션과 좋은 자리가 나면 뒤도 안돌아보고 일자리를 옮기는 풍토에 비춰보면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을 것같다. 하지만 진실은 팀플레이쪽.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30일 ‘나홀로 회사(Me Inc.)’가 아니라 ‘함께하는 회사(We Inc.)’라는 개념이 신경제에 더 잘 들어맞는다고 보도했다.

전자상거래회사인 서드 밀레니엄 커뮤니케이션사의 창업자 제럴드 에이크호프는 오랫 동안 마이클 린이라는 인재를 끌어가려고 뜸을 들였다. 마침내 몇 달전 린을 사장으로 스카웃하는 데 성공했다. 1980년대 앤더슨 컨설팅의 떠오르는 분석가였고 IBM에서도 탄탄한 경력을 쌓은 린이 오자 앤더슨과 IBM에서 그와 함께 일하던 인재들이 줄을 이었다.

이른바 ‘피트 피퍼 효과(Pied Piper Effect)’가 나타난 것. 에이크호프가 노린 것도 이런 것이었다.

피트 피퍼는 독일 전설에 나오는 ‘얼룩옷의 피리부는 사나이’로 피리를 불어 쥐 떼나 아이들을 유인했다. 미 신경제에서는 ‘사람들을 몰고 다니는 사람’을 말한다. 유능한 사람일수록 인재들을 많이 끌고 다닌다. 이 때문에 미 인터넷 기업들은 화려한 인맥을 갖고 있는 핵심인물 스카웃에 힘을 기울인다. 정보통신업계 인력스카웃 회사 전무인 러셀 그레이는 스카웃대상을 만날 때마다 “함께 데려올 수 있는 사람이 누구누구인지를 먼저 묻게 된다”고 말할 정도.

ABC방송의 사장직을 던져 버리고 건강관리 전문 웹사이트 헬시온/웹엠디로 자리를 옮긴 패트리셔 필리 크루셜도 ABC방송의 동료였던 버트 엘리스가 끌어들인 경우. 그는 ‘엘리스 인맥’의 한 사람이었던 셈이다.

끈끈한 개인 관계로 얽힌 이들은 강력한 팀플레이로 회사 발전을 이끈다. 그러나 이들은 기본적으로 회사 자체가 아니라 개인적 인맥에 충실하기 때문에 사내에서 파벌을 만들 위험이 높다. 더구나 회사를 나가기로 하면 한꺼번에 같이 나간다. 순항하던 회사가 갑자기 껍데기만 남을 수도 있다.

앤더슨사의 경우 지난 해 사장이던 조지 쉐힌이 인터넷 슈퍼마켓인 웹밴 그룹으로 옮기자 6만5000여명의 전직원이 동요했을 정도.

그러자 앤더슨은 3월초 무려 1200명을 새로 책임자급으로 승진시키고 21개의 인터넷 신규사업을 창업하는 등 인사와 기업혁신으로 두뇌유출을 막았다. 유목민적인 팀플레이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고민이 적지 않은 것이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