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사이버시장'돌풍…수수료 싸고 24시간 개장

  • 입력 2000년 3월 19일 19시 59분


세계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증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2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첨단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시장에 의해 위협 당하고 있다. 나스닥 시장 또한 90년 후반 본격적으로 등장한 전자통신네트워크(ECN)라는 ‘태풍’을 만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주문 접수에서 매매연결 거래청산까지 주식거래의 모든 과정을 처리하는 ECN은 저렴한 수수료와 신속한 거래로 증시를 파고 들고 있다.

▽나스닥의 NYSE 위협〓국제증권거래소연맹(FIBV) 통계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나스닥에서 거래된 주식 거래대금 총액은 10조4660여억달러로 사상 최초로 NYSE 거래액(8조9450억달러)을 앞질렀다. 양대 시장의 상장(또는 등록)기업의 주식시가 총액을 비교해 보면 93년 나스닥(7910억달러)은 NYSE(4조210억달러)의 19%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5조2000억달러로 NYSE(11조4000억달러)의 45%에 육박했다. 미국 증시의 활황으로 양대 시장의 거래 규모가 모두 커졌지만 투자자금은 확실히 나스닥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사상 처음으로 NYSE에 상장된 반도체 장비생산업체인 에러로플랙스가 상장을 폐지하고 나스닥시장으로 옮기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두 증시간 세력관계가 이렇게 변한 것은 인터넷과 생명공학 관련 업체의 급부상에 따른 것이다.

▽ECN의 도전〓수많은 ECN이 있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는 10개만 등록돼 있다. 이들 10개 ECN이 지난 한해 처리한 주식거래액은 나스닥 시장의 33%, NYSE의 5%로 약 2조3000억달러에 이른다. 최초의 ECN은 1969년 설립된 로이터 통신의 인스티넷. 다텍사의 아일랜드(1996년)와 제럴드 퍼트남사의 아키펠라고(1997년) 등 대부분의 ECN은 90년대 후반에 등장, 수년만에 NYSE의 26%, 나스닥의 22%를 잠식했다. ECN을 통한 거래가 늘어나는 만큼 NYSE나 나스닥을 통한 주식거래 비중이 낮아지는 것을 뜻한다.

ECN은 거래수수료는 NYSE 또는 나스닥의 10∼16%에 불과하며 개장시간도 길어 인스티넷은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NYSE와 나스닥의 대응〓NYSE는 캐나다 토론토와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8개 증시를 연결하는 ‘G9(뉴욕증시를 포함한 9개 증시) 글로벌 증시’ 구축을 추진중이다. 개장시간을 늘려 투자자의 편의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NYSE가 일본 도쿄(東京)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와 공동으로 세계 종목의 주가동향을 나타내는 ‘세계주가지수’를 만들기로 지난달 합의한 것도 영향력 확대를 노린 것이다. 또 자체적으로 ECN을 구축하거나 기존 ECN 중 하나를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나스닥은 지난해 12월 13일 홍콩증시와 교차상장에 합의한데 이어 유럽 일부 국가와 일본 호주 한국 등지의 증시와 교차상장을 추진중이다. NYSE와 나스닥은 나아가 두 시장을 통합하는 방안까지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스티넷과 아일랜드 등 주요 8개 ECN도 지난해 12월 실시간으로 시세정보를 공유키로 했다. 회원증권사들이 ECN별 시세동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ECN의 시장을 넓히려는 것이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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