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貨 평가절하 추진"…아시아 경쟁국 타격 예상

  • 입력 2000년 2월 26일 00시 17분


중국은 올해안에 위안화의 환율 변동폭을 상하 5%(총10%)선으로 확대해 사실상 평가절하할 것이라고 24일과 25일 홍콩 신문들이 보도했다.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25일 골드만삭스 아시아담당자의 말을 인용,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가입후 국제수지 불균형에 따른 충격 완화 △디플레이션 극복 △국내수요 증대 등을 위해 위안화 변동폭을 적어도 10%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콩 경제일보도 이날 "중국정부가 환율에 대한 정책적 간섭을 줄여나가는 한편 장기적으로 자유 태환을 점진적으로 실시할 것 "이라며 위안화 변동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대공보도 24일 "중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달러화에 페그(연계)해온 위안화를 절하하지는 않겠지만 변동폭 확대를 추진할 것" 이라고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는 다이상룽(戴相龍) 인민은행장 등 중국 관리들이 지난해 말이래 "위안화 환율을 시장 원리에 맡길 것"이라고 언급해온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중국은 94년 고정환율제를 폐지하고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한 뒤 지난 2년여간 위안화를 달러당 8.28위안에 고정하면서 내부적으로 상하 0.3%의 변동폭을 용인해왔다.

중국내 금융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변동폭을 확대할 경우 위안화는 사실상 5% 평가절하된 선에서 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위안화 변동폭 확대로 평가절하 효과를 노릴 경우 선진국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은 최근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을 받아왔다. 95년 10.5%이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7%대로 떨어졌다. 무역수지흑자도 97년 403억달러에서 99년 292억달러로 크게 줄었다.

중국이 지금까지 위안화 평가절하를 하지 않았던 것은 경제성장 기여도에서 내수와 투자가 각각 58%와 38%를 차지하는 반면 수출은 4%에 불과하기 때문. 이 때문에 중국은 그동안 △수출부가세 환급율 인상 △금리인하 △공무원 급여인상 등을 통한 소비유도 △각종 증시부양 조치 등을 통해 성장을 부추기는 정책을 써왔다.

그러나 중국내부에서도 평가절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신뢰도 상실은 물론 원자재 수입감소로 수출이 줄어들어 평가절하로 얻게된 가격경쟁력을 상쇄하게 되기 때문. 이 때문에 위안화 환율변동폭 확대가 평가절하 조치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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