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쓰쿠바대 예비교사들, 서울 세종高서 3시간 수업

  • 입력 1999년 12월 17일 19시 23분


“안중근(安重根)과 지바 도시치(千葉十七)간의 상호 이해와 존경이야말로 한일 양국민이 역사의 상처를 딛고 우애를 나눌 수 있는 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동 세종고등학교에서는 이색수업이 펼쳐졌다. 40여명의 수강생은 모두 우리나라 학생이었지만 교사는 일본인이었다.

이날 수업은 안중근의사가 뤼순감옥에 수감됐을 때 그의 간수로 안의사의 유묵(遺墨)을 받아 일본의 고향 미야기(宮城)현에 안치한 지바 도시치의 인연에 대한 것이었다.

“79년 미야기현에서 안중근에 대한 합동법요(불교추모행사)가 시작된 것도 지바후손들의 끈질긴 주민 설득의 결과였습니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거부감에 뚱한 표정을 짓던 학생들도 교사의 해박한 한국역사지식에 점차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1학년 서한마로군(16)은 “멀게만 느껴지던 일본선생님이 안중근의사에 대해 내가 모르던 사실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인도 매우 가까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쓰쿠바(筑波)대 교육학과 다니카와 아키히데(谷川彰英·54)교수가 5년째 펼치고 있는 전공필수강좌. 그는 82년 일본교과서 왜곡파동이후 교과서도 중요하지만 실제 이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자세도 중요하다는 입장에서 사회교육학 대학원과정에 이 강좌를 개설했다.

이들은 단 3시간의 수업을 위해 30여명이 3개팀으로 나뉘어 8개월간 준비과정을 거쳤다. 한국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을 정도까지 한일 역사와 문화를 공부해야 했고 관련자료를 찾아 슬라이드와 비디오 자료를 만드는 것은 물론 기초적인 한국어까지 배웠다.

이날 수업진행을 맡은 하토리 마유코(服部直由子·23·여)씨는 “일본에서는 한일합방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사죄론과 역사적 필연론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중요한 것은 관점 이전에 역사적 진실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라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다니카와교수는 “한일과거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교사들이 늘어날 수록 한일간 이해의 폭도 더 넓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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