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WTO가입/국내 영향]주요 수출시장서 韓中전쟁 예고

  • 입력 1999년 11월 15일 20시 04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우리 경제에 득과 실의 양면을 모두 갖고 있지만 부정적 영향이 클 전망이다. 중국시장의 장벽이 없어져 진출 여지가 커지는 반면 선진국 시장에서는 중국산과 더욱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

중국시장은 그동안 한국 기업들엔 ‘15억 거대인구’를 가진 매력적인 신흥시장이면서도 공략하기 매우 힘든 곳으로 꼽혔다. 외국에 대해 배타적인 무역 및 사업 관행이 많기 때문. 중국의 WTO 가입은 이같은 중국시장의 ‘불합리한 장벽’이 완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상사 관계자들은 “그동안 ‘가능성’으로만 간주돼온 중국시장 진출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해외시장, 특히 선진국에서 한국제품은 중국제품과 더욱 격렬히 충돌할 전망. 중국산은 우리의 주력시장인 미국시장에서 특히 약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주력 수출시장. 이러한 미국이 중국산에 대한 수입규제를 풀면 중국산은 ‘날개’를 달게 되고 우리 제품의 입지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무역협회 유인렬이사는 “전체적으로 중국의 WTO 가입은 한국에 염려스러운 면이 많다”고 말했다.

대우경제연구소도 “중국의 WTO 가입은 자본주의체제로의 본격 전환을 의미하며 우리나라와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연구소는 경공업은 물론 우리의 수출주력 업종인 전기전자 기계 철강 등에서도 조만간 중국의 위협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시장에서 2002년까지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중국에 시장점유율 우위를 내줄 것이라는 것.

또 중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증가폭이 우리의 중국에 대한 수출증가폭보다 클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을 뒤따를 것으로 보이는 대만의 WTO 가입도 한국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국산수출품 상당수가 해외시장에서 대만업체와 경합을 벌이는데다 수입원자재를 가공해 수출하는 산업구조가 우리와 똑같기 때문.

대우연구소측은 “두 중국의 WTO 가입은 우리경제에 득보다는 실을 안겨줄 것”이라며 “고부가가치쪽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명재·박정훈기자〉mjlee@donga.com

▼WTO? 각국 무역분쟁 조정-판결▼

48년 발족한 관세 무역 일반협정(GATT)을 대체해 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 현재 회원국은 134개국이며 30여개국이다. WTO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으며 사무국은 회원국이 의무사항을 지키도록 감독하며 회원국간에 분쟁이 생길 경우 조정을 하고 소송이 제기될 경우 판결을 내린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투자 노동 환경기술 등 무역의제를 논의하기 위한 새로운 다자간 협상, 뉴라운드를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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