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공방 유엔서 재연…인권이사회 한국실태 점검

  • 입력 1999년 10월 26일 20시 25분


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67차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의 한국정부 인권보고서 검토 소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의 국가보안법 개폐문제가 집중적인 쟁점이 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2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 따르면 위원들은 “국가보안법은 한국이 90년 가입한 ‘시민의 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자유권 규약)’과 양립할 수 없는 가혹한 법률이며 그 자체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는 것.

이 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한 박찬운(朴燦運)변호사는 “특히 위원들은 찬양고무죄 이적단체구성죄 이적표현물제작 및 소지죄 등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7조의 남용소지와 조문의 불명확성을 지적하고 이 조항이 국민의 표현 자유를 제약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원래 91∼96년의 인권상황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제출한 보고서를 검토하는 자리. 그러나 위원들은 김대중(金大中)정부의 인권정책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과 우려를 표시했다고 박변호사는 전했다.

상당수 위원들은 현재 피의자가 원할 경우에만 실시되는 영장실질심사제도가 “모든 구속자들이 즉시 판사 앞에 인치돼야 한다”는 규약에 위반되며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다는 것.

민변과 대한변협은 박변호사 등 대표단 3명을 현지에 파견해 정부보고서에 대한 반박보고서를 제출하고 국제인권 시민단체인 국제인권연맹(FIDH) 등과 연계해 위원들을 상대로 국내인권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활동을 벌였다.

한편 정부대표단은 이 회의에서 “남북이 대치되고 좌경 폭력을 용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이 불가피하며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개정여부에 대해 신중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한 법무부 이성욱(李晟旭)검사는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의 상황에 대해 몇가지 보충질의는 있었지만 위원들은 정부측 답변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인권위원회는 정부와 민변 등이 낸 보고서와 22일 토론결과를 바탕으로 다음달말까지 정부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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