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벨로루시 'EU 가입'… '러 관계회복' 진로 진통

  • 입력 1999년 10월 26일 20시 25분


‘친러냐 친서방이냐.’

구소련 연방에 속해있다 91년 독립한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가 선택의 갈림길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집권세력이 친서방정책을 추진하는 반면 벨로루시에서는 야당이 친서방정책의 기수로 나섰다.

레오니트 쿠치마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친서방정책은 31일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는다. 쿠치마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해 침체된 경제의 활력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선 후보중 근소한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쿠치마는 “우리의 미래는 유럽에 있다”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산당 등 야당은 대부분의 전기와 가스를 러시아에서 공급받는 등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은 반대로 러시아와의 재통합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NATO 확대 반대 등 러시아와 입장을 함께 해 온 루카셴코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재통합에 이어 궁극적으로는 구소련 연방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벨로루시 야당들은 친서방정책을 옹호하고 있다. 수도 민스크에서는 최근 연일 야당에 동조하는 수만명이 ‘가자 유럽으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정책전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의 장래는 러시아에도 매우 중요하다.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가 서방의 세력권에 들어가면 NATO와의 사이에 완충지대가 없어지기 때문. 벨로루시는 영향권내에 묶어 두고 우크라이나는 최소한 중립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다.〈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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