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일본교육 4/비전없는 청소년]수학-과학 질색

  • 입력 1999년 10월 6일 18시 43분


일본 국립교육연구소가 98년 일본 고교 2년생 700명을 대상으로 수학과 과학에 대한 생각을 조사했다.

‘수학이나 과학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가 55.5%, ‘과학의 발명은 세상을 너무 복잡하게 만든다’가 47.9%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이를 ‘이과(理科)이탈’현상이라고 부른다. 요즘 청소년 사이에서는 책보다 TV를 좋아하는 ‘활자이탈’현상도 심각하다.

★"지금 즐기고 보자"

이탈현상은 기존의 권위를 부정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그것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비전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기성세대의 걱정이다.

일본청소년연구소의 조사는 그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연구소가 5월 중고생 각 1000명씩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장래보다 지금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학생이 67%였다.

98년 도쿄(東京)의 한 교육연구소가 남녀 고교생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그랬다. ‘돈을 받고 어른과 사귀는 원조교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비난할 일이 못된다’고 응답한 학생이 57.2%나 됐다.

청소년 상대의 여러 조사결과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 시각의 부재 △기성세대 가치관의 부정 △근로의욕 저하 △사회에 대한 봉사의식 퇴조 △자의식 약화 등으로 요약된다. ‘부정’ ‘저하’ ‘퇴조’ ‘약화’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개인의 안락함’이다.

일본에서는 젊은이들이 왜 이렇게 변하고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우선 인터넷 컴퓨터 휴대전화 등의 보급으로 젊은이들만의 공간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세대간의 단절현상이다.

★세대단절 현상 심각

가정의 붕괴, 특히 ‘부성(父性)의 몰락’도 도마에 올라 있다. 이 논쟁은 96년 도쿄여자대학 하야시 미치요시(林道義)교수가 쓴 ‘부성의 복권(復權)’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촉발됐다.

오랜 평화와 풍요의 결과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센고쿠 다모쓰(千石保)일본청소년연구소장은 “지금의 청소년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윤택하게 살 수 있는 사회밖에 모른다”며 “그 결과 무엇을 목표로 살아가야 할지 방향감각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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