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사성물질 누출]우리시설은 안전한가?

  • 입력 1999년 10월 1일 19시 13분


일본 핵연료가공회사(JCO)에서 발생한 방사능 유출사고가 우리나라에서는 일어날 가능성이 없을까.

과학기술부는 1일 “일본 사태를 면밀히 지켜본 후 국내 핵연료 제조공정의 안전성을 재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도 원자력발전소용 핵연료를 제조하는 한국원자력연료㈜가 대덕연구단지의 원자력연구소 내에 있다. 이 회사는 국내 원전에서 사용하는 연간 450t의 핵연료를 생산한다. 직원은 600여명.

한국원자력연료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핵연료 제조방식이 다르다”면서 “국내에는 한전과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하고 있어 아직 그런 사고가 난 적도 없고 일어날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다른 관계자는 “일본은 우리보다 안전관리에 철저한 나라인데 이번처럼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낸 것이 이해가 안된다”며 “사고 소식이 전해진 직후 우리 회사도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는 고속증식로가 없기 때문에 이번에 사고를 낸 고농축 우라늄(19% 가량)은 사용하지 않는다. 5% 미만의 저농축우라늄을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들여와 분말 상태의 이산화우라늄(UO2)으로 변환한 뒤 핵연료를 만들기 때문에 일본처럼 초산이나 질산에 녹이는 과정도 없다. 우리나라는 또 핵연료를 농축하거나 재처리하는 시설이 없다.

과학기술부 방사선안전과 서원홍서기관은 “고속증식로는 에너지효율이 높고 핵연료를 적게 소모하지만 농축도가 높은 우라늄을 다루기 때문에 핵연료 제조과정이 그만큼 위험하다”고 말했다.

원자력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는 핵연료가 원전에 들어가기 전에 공장에서 스스로 임계점에 도달, 핵분열을 일으킨 것으로 원자폭탄이 폭발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원폭의 우라늄 농축도가 99% 이상인데 비해 농축도가 20% 미만으로 파괴력이 약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반핵운동연대는 1일 성명을 내고 “‘아시아판 체르노빌’이라 부를 만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2015년까지 18개의 원전을 건설하려는 정부의 핵개발정책은 재검토되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핵연료 제조과정이 일본과 다르지만 연구용 원자로들은 사고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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