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티모르 독립 ‘산너머 산’…주민통합 등 해결과제 '수두룩'

  • 입력 1999년 9월 5일 22시 58분


동티모르는 독립을 선택했다. 그러나 독립을 반대해온 무장 민병대의 폭력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유엔본부는 지난달 30일 실시된 주민투표 결과 참가자의 78.5%(34만4580명)가 독립을 지지했다고 4일 밝혔다.

이로써 동티모르는 수백년에 걸친 포르투갈 식민지배와 24년간의 인도네시아 강점통치에서 벗어나 독립국가로 향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 B J 하비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날 “투표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티모르에 독립정부가 들어서기까지는 숱한 과제가 남아있다.

독립파와 자치파의 오랜 갈등이 가장 큰 문제다. 연방내 자치를 주장해온 무장 민병대는 4일 주도 딜리 등지에서 독립을 지지한 주민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했다. 그동안 민병대의 테러에 시달려온 주민들이 이제 상황이 변화된만큼 계속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여 유혈충돌이 우려된다. 그동안 딜리에서 활동해온 손봉숙(孫鳳淑)씨 등 세 사람의 유엔선거관리위원은 이날 현지 치안상태가 나빠지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철수했다.

일단 독립이 결정된만큼 인도네시아 의회인 국민협의회(MPR)는 11월 동티모르를 인도네시아 연방에 합병했던 76년의 결의안을 폐기할 것으로 보인다. 하비비대통령은 4일 “빠르면 2000년 1월1일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연방에서 분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은 인도네시아와 포르투갈 등 이해당사국과 동티모르내 독립파와 자치파 등 각 정파를 추슬러 과도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자유총선거를 치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까지 유엔은 3∼5년간 과도정부를 운영할 예정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독립욕구가 강해 정부수립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동티모르의 취약한 경제기반도 심각한 문제. 인도네시아의 보조가 끊길 경우 자립여건이 안돼 유엔 등 국제사회의 원조가 절실해졌다.

동티모르에 독립운동지도자 사나나 구스마오와 노벨상 공동수상자인 카를로스 벨로 주교, 호세 라모스 호르타 등 정치적 구심점이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카르타에 연금해온 구스마오를 8일 석방키로 했다.

또 주민의 90% 이상이 신봉하는 가톨릭도 동티모르 정부 탄생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딜리·자카르타〓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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