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S'기업이 뜬다…R&D-마케팅 부담없이 생산 전담

  • 입력 1999년 8월 15일 18시 44분


미국 솔렉트론사는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이 기업에는 마케팅실이나 연구개발부서가 아예 없다.

오로지 원청기업에서 넘겨주는 설계도면에 따라 제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일만 한다. 공장만 있는 기업인 셈이다.

일본의 경제전문 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는 최근호에서 솔렉트론을 생산에만 특화해 급성장하고 있는 이른바 ‘전자제품 제조 서비스(EMS·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업계의 대표적 기업으로 소개했다. 솔렉트론은 IBM 휴렛팩커드(HP) 노키아를 위해 PC 휴대전화기 등 수십종의 정보통신기기를 위탁생산하고 있다. 작년도 매출은 97년에 비해 43%가량 성장한 53억달러, 이익은 전년보다 26% 늘어난 2억달러였다. 올해 매출은 90억달러로 예상된다.

EMS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방식과 일견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OEM의 경우 제조업체가 자체 설계로 제품을 만든 뒤 주문자의 상표를 부착하지만 EMS는 주문자의 상표를 부착하기는 하지만 자체적으로 제품설계를 하지는 않는다. 또 OEM기업은 주로 1개 회사와 거래하는데 비해 EMS기업은 다수의 회사와 동시에 거래한다. 솔렉트론의 경우 한 공장에서 IBM과 HP 브랜드를 단 PC가 같이 생산된다.

EMS의 주요 생산품목은 컴퓨터 휴대전화기 모뎀 등 정보통신기기.

미국의 솔렉트론과 함께 SCI시스템스, 자빌 서킷, 샌미너, 플렉트로닉스, 캐나다의 세레스티커 등은 EMS업계의 ‘빅6’로 불린다. 이들 모두가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EMS가 새로운 생산방식으로 각광받게 된 것은 하이테크기업들의 구조조정때문이다. 하이테크기업들은 마케팅과 연구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생산설비와 공장근로자를 감축하고 있다.

EMS기업은 하이테크기업의 공장을 사들이고 근로자의 고용까지 승계해 하이테크업체의 구조조정을 돕고 있다. 하이테크기업은 EMS기업에 생산을 위탁해 보답한다.

솔렉트론은 작년 금전등록기 회사인 NCR사의 조지아주 공장과 미쓰비시 전기의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한데 이어 올해는 IBM의 프린트기판공장(텍사스주)을 사들였다. 또 세레스티커는 후지쓰의 영국 공장과 HP로부터 세계 각지의 공장을 매입했다. 93∼98년에 EMS업계 빅6가 사들인 대규모 공장은 50여개나 된다.

도요게이자이는 “EMS기업을 적극 활용하는 미국의 하이테크기업들이 제품개발과 마케팅에서 일본 기업을 압도하며 수익성도 훨씬 높다”며 “21세기는 한 기업이 생산과 마케팅 연구개발을 동시에 수행하기 힘든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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