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배급 '디지털 혁명'…네티즌 새고객 창출

  • 입력 1999년 8월 12일 19시 27분


미국 할리우드 영화업계에서 디지털 혁명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흐름은 두 갈래다. 첫째는 인터넷을 통한 영화의 전송과 판매, 둘째는 인공위성을 통해 극장에 필름 대신 디지털 부호로 영화를 배급하는 디지털 프로젝션 시스템(DPS)의 확산이다.

첫째의 혁명은 ‘웹캐스터’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 ‘브로드캐스터(공중파방송사)’에 대칭되는 새로운 벤처기업 웹캐스터는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영화를 전송 판매한다. 미국 영화산업전문지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올들어 웹캐스터가 매주 한 개 꼴로 생겨나고 있다. 상당수는 할리우드 영화사와 계약을 하고 영화를 공급한다. 아톰필름스.콤 등 5개사가 대표적이다.

20세기폭스 유니버설 워너브러더스 등 영화사는 웹캐스터들에 1,2년 단위로 영화를 빌려주고 수익금을 나눠 갖는다. 지난달 월트디즈니는 아예 산하 웹캐스터 고.콤(go.com)을 설립하고 자사 영화와 자매방송국 ABC의 프로그램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영화사 아티잔은 사이트사운드.콤과 계약하고 네티즌이 영화 한 편을 관람할 때는 2.95달러, 다운로드할 때는 15달러를 받기로 했다. 워너브러더스는아톰필름스. 콤과 손잡고 100만명의 네티즌을 새 고객으로 잡는 데 성공했다.

웹캐스터의 등장은 극장 비디오 케이블 유료채널 위성방송 등이 주축이던 영화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기세다. 인터넷을 통한 영화판매는 이용자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데다 바로 현금이 들어오는 이점도 있다. 할리우드 영화계가 보유한 38만7000여편의 영화를 인터넷으로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길도 열었다. 유니버설과 20세기폭스가 만든 ‘마미’‘엔트랩먼트’ 등은 처음부터 웹캐스터를 겨냥해 인터넷에서 개봉했다.

둘째의 혁명도 성공적으로 시작됐다. 6월 미국내 5개 극장에서 상영된 20세기폭스의 ‘스타워스 에피소드1’이 DPS의 첫 케이스였다. 7월에는 미라맥스가 ‘아이디얼 허즈번드’를, 유니버설이 ‘아메리칸 파이’를 같은 방식으로 상영했다. 편당 필름 운송비를 1000만달러 이상 줄일 수 있는데다 화질도 필름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시네콤디지털시네마 등은 이런 추세를 놓칠세라 DPS 설비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본의 JVC와 이동통신기기회사 퀄컴 등이 최근 시네콤디지털시네마에 투자키로 한 것도 이런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다.

DPS가 가능해지려면 극장이 비싼 영사설비 등을 갖춰야 한다. 그래도 DPS는 확산될 전망이다. DPS에 의한 시험상영을 12월로 계획한 스웨덴의 최대 극장업체 SFBU의 얀 비에른하르트슨 회장은 “DPS는 상영 스케줄 조정을 쉽게 하고 상영비용과 인력도 절감시킨다”며 “DPS의 세계적 확산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디지털 혁명은 국경과 관세장벽을 뛰어넘는다. 따라서 새로운 무역규제의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당장 큰 타격을 입을 필름제작 관련산업은 새로운 대응을 요구받게 됐다.

디지털 혁명, 특히 DPS는 영화의 세계동시개봉도 가능하게 만든다. 그것은 세계의 동시화(同時化)를 고조시킬 것이다. 그만큼 ‘할리우드 제국’의 위력도 커질 것이라고 영화비평가 홍민의씨는 말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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