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交戰이후/美 군사력 증강]힘 과시…한반도 긴장줄이기

  • 입력 1999년 6월 17일 19시 24분


미국이 서해 교전 이틀만인 16일(이하 현지시간) 한반도에 대한 전력증강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미국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전력증강을 조용히 추진할 방침이었다.

이날 발표된 계획에 따르면 한반도에는 순양함 빈센스호를 포함해 2척의 함정과 EA6B 등 공중조기경보기 및 기타 정찰기들이 즉각 배치된다. 18일에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컨스털레이션 항공모함이 출발해 28일쯤이면 한반도 해역에 도착한다.

이같은 전력증강은 그동안 태평양에 주둔하던 키티호크 항공모함이 걸프만으로 이동한 데 따른 전력공백을 메우는 원상회복 이상의 조치로 간주되고 있다. 여기에 키티호크 항공모함도 동아시아를 향해 귀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 마이클 더블데이 대변인은 전력증강의 목적이 상황파악을 위한 정찰과 정보수집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한국군의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을 탈피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측이 제공한 비디오화면과 상황설명을 통해 이번 사건이 우발적 충돌이라기보다는 북한의 의도적 ‘도발’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힘의 과시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무력증강은 전적으로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지 북한측의 추가도발에 대한 응징보복용은 아니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미국의 일차적 관심은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 조정관의 방북이후 모처럼 조성됐던 한반도 긴장완화 분위기를 살려나가는 데 있다. 미 국무부 제임스 폴리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긴장완화는 모든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은 북방한계선이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잠정적 억제선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북방한계선 침범을 이유로 북한에 보복공격을 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폴리 부대변인이 교전장소를 공해상(internatioanl waters)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런 예상을 갖게 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다. 그는 “북방한계선이 아직 공식적으로 인정된 사실은 없다”면서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남북 모두 이 선에서 벗어나 있을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도 북한의 북방한계선 월선을 한국영해 침범이나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주된 관심의 표적은 역시 북한이다. 미 국무부의 에반스 리비에르 한국과장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이근(李根)대사에게 두차례 전화를 걸어 “만약 또다시 군사적 충돌을 빚을 경우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도 급랭될 수밖에 없다”고 강력히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처럼 전력증강을 바탕으로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는 화전양면의 전술을 통해 한반도에서 통제불가능한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한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반영하듯 뉴욕 월가에서 한국의 외국환평형채권에 대한 가산금리도 0.05% 밖에 오르지 않았다. 교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한국투자의 위험도를 그다지 높게 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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