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交戰확대땐 통제 곤란』… 평화해결 적극 유도

  • 입력 1999년 6월 17일 01시 14분


서해에서 남북한 교전이 벌어진 이후 미국의 표면적인 움직임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한미군은 교전이 발생하기 전과 똑같은 평시전투태세(normal state of readiness)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남북한에 대화를 통한 해결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이번 사건이 통제불능의 남북 군사대결로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이 존 틸럴리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현재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본국의 지원이 필요한 조치들을 건의하라고 지시했다고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다만 전력증강 조치는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미국은 이를 조용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코소보사태 때문에 공백이 생겼던 동아시아 항공모함 전력을 보강하고 있다. 일본 요코스카(橫須賀)항에서 걸프만으로 옮겨져 있던 키티호크 핵추진 항공모함을 동아시아의 어느 곳으로 불러들였다. 또 키티호크 항공모함이 노후한 상태이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정박중인 항공모함 1대도 동아시아에 곧 파견해 동아시아의 항공모함을 2대로 늘린다.

외교적으로는 이른바 뉴욕채널을 가동했다. 에반스 리비에르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이근 유엔주재 북한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상의 군사분계선’인 북방한계선을 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 것. 이는 미국이 북방한계선의 성격에 대해 침묵을 지키면서 남북대치에 개입하기를 꺼린 소극적 태도에서 적극적 개입으로 전환했음을 시사한다.

미국은 또 한국이 북한측의 북방한계선 침범에 맞대응하는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긴장을 유발했다고 보고 한국측에 대해서도 자제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의 한 고위관리는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반도 관련 포럼에서 “왜 남북이 긴장을 확산시키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 북한은 물론 한국의 대응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그러나 스탠리 로스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15일 이홍구(李洪九)주미대사와 만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방안을 논의하면서 미국이 한국의 동맹국으로서 남북한을 똑같이 대우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약속했다고 한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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