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前美국무 WP기고]『美, 中 압박정책 위험』

  • 입력 1999년 4월 28일 20시 07분


《미국과 중국의 역사적 관계개선을 주도했던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27일 워싱턴포스트지 기고문을 통해 대중(對中)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키신저는 현재 미국에서 계속되고 있는 반중(反中)캠페인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한편 클린턴 행정부의 포용정책과 전략적 동반자관계 설정도 말잔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지》

중국과의 협력을 추구하는 정책은 다양한 측면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중국이 공산주의를 포기하고 인권을 신장하도록 중국과의 협력을 중단하고 경제제재 등을 통해 압력을 가하라는 대결정책에는 우파의 ‘레이건 연합세력’과 보호무역주의를 우선시하는 민주당의 ‘경제적 국수주의세력’이 가담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대결은 치명적인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 5천년의 역사와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지고 놀랄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과의 대결에는 다른 어느 나라도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이 안보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모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유럽국가들은 오히려 중국과 아시아에서 자신의 경제적 역할을 증대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소련과 중국을 비유하는 것은 잘못이다. 완전 계획경제였던 소련은 공산주의의 국제화를 위해 지역분쟁에 개입했지만 중국은 스스로 공산주의자라고 부를 뿐 공산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시장경제를 추구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도 소련과 비견할 바 아니다. 중국은 군사적으로 강력한 인접국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인접국을 먼저 치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 어렵게 돼 있다. 일본은 기술과 장비의 현대화에서는 중국을 앞서고 있으며 한국도 현대적 육군과 공군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에는 여전히 2만개의 핵무기가 있으며 인도도 핵무기 보유국이다.

중국의 전략무기는 20개를 조금 넘을 뿐이다. 반면 미국은 전략 전술무기를 각각 6천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무기 숫자에서 따라잡을 무렵이면 이미 미국은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 경제의 급성장도 마찬가지. 매년 10%씩 성장해도 미국이 연간 2.5%씩 성장하는 한 미국을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 중국의 현재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의 25%(IMF통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년간 6%씩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우려해야 하는 것은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보다 경제위기다. 6%의 경제성장으로는 급증하는 노동력에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다.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켜 시장경제 시스템에 통합시키고 규범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옳은 정책이다.

아시아를 지배하려는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은 중국에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72년 상하이 공동성명을 비롯해 미중 양국은 아시아에서 헤게모니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이미 여러 차례 확인한 바 있다.

인권문제는 미 외교정책의 중심부로 이동해왔다. 70년대는 도덕적 압력을 가하는 데 그쳤다가 80년대에는 경제 제재로, 90년대에는 군사개입으로 인권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에서 인권문제가 지배적 이슈가 돼서는 안된다. 중국의 정치적 진화는 내부의 역사적 맥락에서 진행된다. 외부에서 쉽게 조종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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