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국경-세월 뛰어넘은 아름다운「抗日인연」

  • 입력 1999년 4월 14일 20시 08분


60여년 전 중국에서 맺어진 중국인 지식인과 한국인 독립운동가의 따뜻한 인연이 13일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임시정부 수립 80주년 행사를 계기로 후손에게 이어졌다.

이날 상하이 마당(馬當)로 임시정부 청사에서 열린 기념식에 60여년 전 청사 건물주였던 중국인 구서우시(顧守熙)변호사의 아들 구팡지(顧方濟)화둥위산 신학교 교수가 참석했다. 그는 프랑스유학을 다녀와 당시 전단(震旦)대 법학교수로 있던 아버지와 임정 요인들의 친분을 회고하면서 임정 국무원 회계검사장 일강 김철(一江 金澈·1886∼1934)선생의 후손을 찾고 싶다고 호소했다. 구교수는 89년 타계한 어머니가 김선생의 후손을 찾으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말했다.

김선생의 부인 최혜순(崔惠淳·75년 75세로 별세)여사는 34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구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상하이에 머물다 3년 뒤 당시 여덟살 여섯살이던 두 딸을 데리고 귀국했다. 궁핍한 외국 독립운동가의 가족을 뒷바라지해주던 구변호사는 김선생의 가족이 귀국할 때 노자돈까지 마련해 건네주었다.

구교수의 호소에 따라 동아일보가 관계기관에 수소문한 결과 김선생의 장녀 김미경(金美卿·70·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여사가 마침 서울에서 열린 임정 8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14일 구교수의 소식을 전해들은 김여사는 “친정어머니로부터 상하이 시절 구선생에게 은혜를 많이 입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고마우신 그분의 후손을 하루빨리 만나보고 싶다”면서 반가움에 울먹였다.김여사는 미국으로 돌아가려던 일정을 늦추고 구교수와 연락을 취하고 있다.

전남 함평 출신인 김선생은 일본 메이지대 법과를 졸업했으며 3·1운동 뒤 중국에 망명해 김구(金九)선생 등과 함께 독립운동을 했다. 김선생은 임정에서 국무위원 의정원의원 국무원비서장 등을 역임했다. 정부는 62년 김선생에게 독립장을 추서했다.

〈조헌주기자·상하이〓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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